'수급차질' vs '유통혁신'…약사회-대웅제약 거점도매 '정면충돌'

생성형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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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최근 도입한 '블록형 거점도매' 시스템을 놓고 대한약사회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 수급 차질을 이유로 중단을 촉구하며 대체조제 가능성을 언급했고, 대웅은 유통 선진화를 위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이번 갈등이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 재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쏠리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공개 경쟁 입찰로 선정된 거점 도매 파트너사 5곳을 통해 의약품을 유통하는 블록형 거점도매 제도를 도입했다. 3500개가 넘는 도매상이 난립한 분산형 구조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대웅제약은 이번 제도가 약국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진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유통 과정에서 반복됐던 △의약품 파손·변질 △배송 불확실성 △복잡한 반품 절차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거점 파트너사에 배송관리시스템(TMS)과 AI 기반 수요예측시스템(AI DCM)을 무상 지원하고, 1일 2배송·3시간 이내 긴급배송·10일 이내 반품 처리 등 구체적인 서비스 기준도 제시했다. 특정 업체 판매 독점을 위한 구조가 아니며 역량 있는 업체라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대한약사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시스템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약사회가 핵심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는 도도매 반품 관련 사안이다. 약사회와 업계 일각에서는 거점 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도도매 경유 의약품의 경우 반품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약국 구조상 처방 수요를 사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 시스템으로 반품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재고 부담이 고스란히 현장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플랫폼 가입 및 선결제 요구 등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 남용 소지가 있다는 게 약사회 측 입장이다. 특히 상당수 약국이 사전 통보조차 받지 못한 채 수급 차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약사회는 배송 차질이 반복될 경우 환자 치료 연속성을 위해 대체조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대웅제약 품목에 대한 대체조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모델 본질을 제조·유통·영업의 수직계열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도매와 도도매 기능을 파트너사 5곳으로 통합하면서 기존 중소 도매상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웅제약은 “수급 차질 논란 등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도입 초기의 일시적 현상”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쟁점이 된 반품 문제 역시 “오히려 처리 기간이 10일 이내로 단축됐고, 플랫폼 가입 및 선결제 등도 전적인 선택 사항이거나 업계의 일반적 방식”이라고 일축했다. 회사 측은 “특정 업체의 독점이 아닌 물류 책임 구조인 만큼 약국의 구매 경로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초기 불편 사항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한 만큼,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웅제약-대한약사회 '블록형 거점도매' 입장 비교표.
대웅제약-대한약사회 '블록형 거점도매' 입장 비교표.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