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대출 규제를 우회한 '부모찬스' 증여, 현금부자의 자금출처 불명 거래, 시세차익 목적 다주택 취득 등 부동산 탈세 혐의자 12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시장 상황을 반영해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사인 간 채무 과다자 △시세차익 목적 다주택자 △가격 상승 지역 주택 취득자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 등 네 유형을 중심으로 조사 대상을 선별했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투기성 거래와 부의 이전을 위한 편법적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자금출처 검증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며 “어떤 유형의 탈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부동산 탈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취득 주택 규모는 약 3600억원, 탈루 추정 금액은 약 1700억원이다. 다만 국세청은 해당 수치가 대부분 2024년 거래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조사는 과세 기간 도래 이후 착수할 수 있어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오은정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사례들은 대부분 2024년도 거래”라며 “증여는 신고 기한이 3개월 이내인 점 등을 고려해 연초까지 포함해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조사 특성상 과세기간이 도래해야 조사가 가능하다”며 “향후 신고가 들어오는 사항은 계속 체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일부 언론이 우려한 것처럼 '현금부자' 자체를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금 거래나 비강남권 주택 취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득·재산 대비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편법 증여 정황이 있는 경우만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례에는 부모가 해외주식을 매각한 직후 30대 자녀 부부가 30억원대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경우가 포함됐다. 또 사회초년생이 부친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빌린 것처럼 차용증을 작성했지만, 상환 기한을 부모 사망 시점으로 설정하거나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도록 한 사례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차용 계약이 사실상 증여인지 여부를 자금 흐름 분석을 통해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지역별로는 현금부자 사례가 강남 학군지, 다주택 사례는 마포·용산·성동(마용성), 가격 상승 지역 사례는 한강변 강북권 등에서 발생했다. 초고가 주택 사례는 강남3구 중 한 곳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향후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주택 중과 유예 종료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난 데다, 허위 신고나 편법 증여가 확인되면 최대 40% 부당 가산세가 추가 부과될 수 있다. 사기·조세포탈로 판단될 경우 조세범 처벌까지 검토 대상이다.
오 국장은 “탈세는 반드시 적발되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고히 정착될 때까지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탈세 위험이 높은 이상거래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