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내수 침체 장기화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단순 금융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의 사회·문화적 가치까지 반영하는 정책 전환에 나선다. 소상공인을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치의 주체'로 재정립하고, 상권 중심 정책 체계와 AI·디지털 기반 지원, 로컬 창업 및 글로벌 진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치동행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향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인 이사장은 취임 이후 전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돌며 40여 차례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을 단순한 생계형 경제주체가 아니라 지역의 생활 공간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인 이사장은 “소상공인을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이나 일자리 개념으로만 바라보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특히 소상공인 공간을 단순한 생존 공간이 아니라 생활 공간이자 지역 공동체 공간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상공인의 사회·경제·문화적 가치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면 지원도 파편적이고 부차적인 '땜질식 정책'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개별 점포 지원을 넘어 상권 전체의 유지·발전과 공동체 회복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소진공은 올해 '소상공인의 가치, 소진공이 같이 만듭니다'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걸고 소상공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발굴·확산하는 '가치동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제적 기여도를 측정하기 위한 '소상공인 총생산지표(S-GDP)' 구축에 나선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경제적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진공 산하 소상공인정책연구소는 올해 하반기부터 소상공인의 사회적·생태적 가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중간 발표를 거쳐 연말께 종합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양갑수 소상공인정책연구소장은 “올해 안에 소상공인의 가치 측정 틀과 방법론을 정립하고 정례 발표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단순 주장 수준이 아니라 학계와 함께 객관적 데이터와 공표된 가치 산정 방식을 활용해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장과 연구를 연결하는 '소통마루'와 '연구마루' 체계도 신설했다. 소통마루는 현장 소상공인 단체와 정책 실무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연구마루는 소상공인 정책 연구자와 학계, 연구기관을 연결해 정책 연구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진공은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문화·관광 자원과 연계한 지역상권 육성 △로컬 창업 및 글로벌 진출 지원 △금융 사각지대 해소와 포용금융 확대 △폐업·재도전 지원 △AI·디지털 기반 경쟁력 강화 △데이터 기반 맞춤형 정책서비스 제공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AI 상담서비스 '소담봇' 운영과 AI디지털본부 개편, AX 전담 조직 신설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인 이사장은 “정책의 답은 책상이 아니라 골목과 시장 현장에 있다”며 “앞으로도 소진공이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정책 성과로 답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