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삼성전자 보상 기준 충돌 …使 “원칙 고수” VS 勞 “변경해야”

삼성전자 창립 이후 노조의 첫 파업이 현실화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사흘간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도 메모리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어느 정도까지 적자 사업부에 배분할 것이냐에 대해 타협하지 못했다. 성과 있는 사업부에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과 부문 전체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노조의 논리가 협상 막판까지 평행선을 그렸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부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충돌한 지점은 성과급 총액이 아닌 배분 구조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 직원에게 공통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부문 전체가 나누고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 등이 나머지 30%를 나눠 갖는 구조다.

노조의 당초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을 경우, 영업이익 추정치 300조원 기준 재원은 45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직원도 1인당 약 4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측이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했다”고 반대한 배경이다.

사측은 성과급 재원에서 공통 배분하는 비중을 낮추고 실적을 낸 사업부에 보상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앞선 협상 과정에서도 사측은 배분 비율을 6대 4 수준의 배분 비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된 교섭 기한을 넘겨 이날 오전 협상이 결렬된 이유 역시 중노위가 사후조정에서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사측이 최종적으로 결론을 유보하고 중재안에 최종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반도체 생산 차질 시 하루 최대 1조원, 웨이퍼 폐기 등이 발생할 경우 최대 100조원 피해 우려까지 언급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중재안을 수용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협상 결렬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서도 노조의 요구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성과가 있는 사업부에 보상을 제공하되 개별 사업부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이 적자 사업부의 미래 경쟁력으로 재투자되는 기본 원칙을 전면으로 무너뜨린다는 시각이다.

실제 과거 스마트폰 사업이 대규모 흑자를 냈던 당시 유보한 이익이 반도체 투자와 평택공장 증설의 기반이 됐다는 인식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DX 내부 구성원 사이에 존재한다.

메모리 사업부 뿐만 아니라 시스템LSI, 파운드리, MX, DA, VD는 물론 네트워크, 의료기기 등 여러 사업부가 경기 사이클에 따라 흑자와 부진을 반복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구조적 특징상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배분하면 과거 투자 기반과 미래 사업 전환의 기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가 그간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기준으로 경제적부가가치(EVA)를 활용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처럼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적 산업은 단순 영업이익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입했는지, 향후 어느 정도의 투자 재원을 남겨야 하는지에 따라 실제 배분 가능한 초과이익은 달라진다.

갈등은 DS부문 내부 문제로 출발했지만 파장은 전 사업부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게 삼성전자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보상체계 논쟁은 더 이상 내부 사업부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은 개별 사업부가 따로 움직여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고객사 대응과 기술 개발, 양산 안정성, 투자 집행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배분 방식으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협상 파국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AI 메모리 호황기에 발생한 이익을 단기 보상으로 소진하면 다음 기술 사이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2~3년간의 슈퍼사이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