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도 이례적 공개 비판…“이스라엘 가치와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

이스라엘이 동지중해에서 나포한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들을 거칠게 다룬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정에 참여 중인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억류된 국제 활동가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스라엘 남부 아스돗 항구의 구금시설에서 활동가들이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한 활동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치자 경비 인력이 그의 머리를 강하게 눌러 끌어내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후 벤그비르 장관은 수갑을 찬 활동가들 앞에서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확성기로 이스라엘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박 갑판 위 활동가들이 격리된 모습과, 일부 활동가가 강제로 제압당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를 지켜보며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활동가는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출항한 국제 구호선단 탑승자들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전날 “가자지구 봉쇄 돌파 시도가 종료됐다”고 발표했으며, 활동가들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아스돗 항구로 강제 압송됐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현재 억류된 활동가는 400여명으로, 이 가운데 아일랜드인 12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은 영국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매우 속상한 일”이라며 “가족이 자랑스럽지만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가자지구의 충격적인 인도주의 상황에 항의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활동가 구금을 “용납할 수 없는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헬렌 매켄티 아일랜드 외무장관도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엑스(X)에 “완전히 경악했다”며 “이스라엘 당국에 설명을 요구했으며 모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그리스 정부도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으며, 튀르키예 역시 활동가 학대라며 자국민 석방을 요구했다.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캐나다 등도 잇따라 자국 주재 이스라엘 외교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분노를 전달하고 설명을 듣기 위해 이스라엘 대사 소환을 요구했다”고 밝혔고,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네타냐후 총리도 이례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공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뚫으려는 구호선의 진입을 막을 권리가 있다”면서도 “벤그비르 장관이 활동가들을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적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계 부처에 즉각 조치를 지시했다”며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이스라엘 영토 밖으로 추방하라고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