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용의 AI 인텐트] 〈1〉 AI 시대, 당신의 브랜드가 '소환'되지 않는 진짜 이유

박세용 어센트 AI 대표
박세용 어센트 AI 대표

“왜 광고 예산과 제품 품질은 그대로인데, 소비자가 인공지능(AI)에게 추천을 요청할 때 우리 브랜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가?”

최근 브랜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가장 근본적인 불안감이다. 이는 단순히 마케팅 실행력의 부족이나 브랜드 파워의 약화 때문이 아니다. 브랜드가 경쟁해 온 게임의 규칙과 공간 자체가 AI의 출현과 함께 완전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검색 결과를 비교하며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을 AI에게 설명하며 의사결정 자체를 위임하고 있다. 이제 브랜드의 전장은 인간의 기억 공간을 넘어 AI의 '의미 공간'으로 확장됐다.

◇ 질문의 해상도가 바뀌면 브랜드의 목표도 바뀌어야

과거의 브랜딩이 '운동화'라는 키워드에서 떠오르기 위한 기억력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발볼 넓은 사람을 위한 10만 원 이하의 튼튼한 러닝화 추천해 줘”라는 맥락 싸움이 됐다. 질문의 해상도가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가 점유해야 할 목표 역시 'Top of Mind(인지도)'에서 'Top of CEP(Category Entry Points, 카테고리 진입 시점)'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 결과 상단에 위치하여 '발견'되는 것이 성공의 정의였다면,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특정 상황에서 AI에 의해 가장 권위 있는 답으로 '호출'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AI는 브랜드의 화려한 슬로건이 아닌, 사용자의 질문을 예산·맥락·제약 등 개별적인 '조건'으로 해체해 분석하기 때문이다. AI의 판단 논리를 충족시킬 정교한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은 브랜드는 그 아무리 유명해도 AI의 답변에서 누락될 수밖에 없다.

◇ AI는 '데리다적 기계'…브랜드는 이제 실체가 아닌 '좌표'다

이 새로운 지형을 지배하기 위해선 AI가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인간처럼 단어의 본질을 가슴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기호들 사이의 통계적 관계와 맥락을 계산한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의미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와 차이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차연(Differance)'의 개념을 제시했다. AI는 바로 이 데리다적 통찰이 기술적으로 구현된 기계다. AI 의미 공간에서 브랜드는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수많은 쿼리와 콘텐츠, 맥락이라는 그물망 위에 남겨진 '흔적(Trace)'들의 총합으로 존재한다. 결국 브랜드 관리는 이제 통제 가능한 메시지 선언이 아니라, 기계의 논리 안에서 우리 브랜드의 '좌표'를 최적화하는 '운영(Ops)'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 '이중 공간'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 제언

AI 시대의 브랜딩은 이제 인간의 기억 공간과 AI의 의미 공간이라는 '이중 공간'을 동시에 지배해야 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실행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미고객의 세계에서 '좌표'를 발견하라. 진정한 성장의 기회는 기존 고객이 아닌 우리를 모르는 '미고객'의 검색 데이터 속에 숨어 있다. 소비자가 우리 카테고리를 고려하게 되는 모든 고해상도 상황(CEP)을 매핑하는 것이 전략의 기초다.

둘째, 각 좌표에 대한 '증거'를 구축하라. 점유할 상황이 결정됐다면, AI가 답변을 구성할 때 인용하고 싶어 할 만큼 구조화된 데이터와 권위 있는 콘텐츠를 축적해야 한다.

셋째,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를 통해 영토를 확장하라. GEO는 단순한 검색 최적화를 넘어, 특정 맥락 내에서 우리 브랜드를 AI가 가장 논리적이고 인용 가능한 정답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브랜드 경쟁의 본질은 이제 '얼마나 유명한가'에서 '어느 맥락에서 소환되는가'로 옮겨왔다. 우리 브랜드의 미래는 메시지의 화려함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AI의 의미 공간이라는 이중 지형 위에서 우리가 얼마나 신뢰받는 정답으로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브랜드는 발견되는 행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환될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박세용 어센트 AI 대표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