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가 차원의 핵심 디지털 자산을 재난·전쟁 등 각종 위기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전담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해저, 지하 벙커와 같이 가장 안전한 공간을 선택해 국가 차원 디지털 문화유산 보존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지털 외(外)규장각' 구축 기본구상에 돌입, 기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디지털 외규장각은 문화 관련 데이터는 물론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핵심 디지털 데이터를 선별해 최고의 안전성으로 보관해 문화유산으로 남기는 역할이다. 문체부는 연구를 통해 디지털 외규장각의 소장 데이터 품목, 역할과 정체성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외규장각은 조선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의 강화도 분관이다. 조선시대판 데이터 백업센터 역할을 했다.
현재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기관은 국가기록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설립 목적에 따라 특정 분야 자료만을 관리하고 있다. 기존 기관과의 중복을 피하면서 국가 차원 핵심데이터를 선별해 저장하고, 정부는 물론 민간의 데이터 자산 관리 현황까지 전수 조사해 보관 대상 디지털 데이터의 범위와 포맷을 설계할 계획이다.
전쟁과 천재지변에도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문체부는 해외사례를 면밀히 살펴 천재지변, 전쟁 등 극단적 상황에 대비한 데이터 보관 인프라 시설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AWA)는 폐탄광 영구동토층 300미터 아래에 데이터를 필름 형태로 변환해 물리적으로 보관하는 시설로, 전기나 인공 기후 조절 없이도 100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스위스 포트 녹스'는 냉전 시대 군사 벙커를 활용한 지하 데이터센터로,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 위에 빙하수 냉각 시스템과 생체인식 보안을 갖추고 있다.
각 시설에서 사용하는 저장 매체의 종류와 특성, 장기 보관 방법, 운영 방식, 비용 등을 토대로 국내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
핵심 기술 방식으로는 '콜드 스토리지' 방식이 유력하다. 데이터를 상시 접속 가능한 형태가 아닌, 외부와 차단된 물리적 공간에 장기 보존하는 방식이다. 화재나 사이버공격은 물론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질 안정성과 접근성, 전력 공급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입지 선정에도 나선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가가 생산하는 데이터 중에서도 보존 가치 있는 것들을 콜드 스토리지 방식으로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급하게 성과를 내기보다는 기록 보존 관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