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론·극초음속 미사일 총출동…우크라·중동 전쟁터 '첨단신무기 실험장'

러시아 ‘오레시니크’·미국 최신 ‘벙커버스터’ 첫 실전 공개
AI 자율무기·장거리 드론 확산…“인간 통제 벗어났다” 경고도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전장이 첨단 신무기의 실전 시험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신기술이 무기 체계 고도화를 가속하면서 미래 전쟁 양상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대학 기숙사 피격에 대한 보복 대응으로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레시니크 미사일 시스템. 사진=연합뉴스
오레시니크 미사일 시스템. 사진=연합뉴스

'개암나무'라는 뜻의 오레시니크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2024년 11월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 등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자 러시아가 처음 공개했다.

오레시니크는 핵탄두 여러 개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데다 최대 5000㎞ 거리의 목표물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세 차례 발사됐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장 상황에 따라 오레시니크를 포함한 신형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미국의 GBU-57 벙커버스터.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GBU-57 벙커버스터.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지난해 6월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당시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공격할 때 사용한 GBU-57 벙커버스터도 전장을 통해 처음 공개된 대표적 신무기다.

GBU-57은 길이 약 6.2m, 무게 약 13.6t에 달하는 초대형 폭탄이다. 벙커버스터는 지표면 아래 깊숙이 파고든 뒤 폭발하도록 설계된 공중 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을 뜻한다.

이 가운데 GBU-57은 현재 공개된 벙커버스터 가운데 최신형으로, 기존 모델보다 10배 강한 폭발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이 폭탄이 지하 약 60m 깊이까지 관통해 벙커와 터널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드론.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4년 넘게 이어진 전쟁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500㎞ 떨어진 러시아 후방의 석유시설을 공격하는 장거리 드론이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수천㎞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조종으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리모컨 제어 드론의 실전 투입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은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이란의 드론 공격에 시달려 온 걸프 국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 드론 방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우크라이나 지휘통제 플랫폼을 실전 배치했다.

최근 신무기 개발은 AI와 로봇 기술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월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탈환한 사례를 소개했다. 러시아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음향 기반 드론 탐지 시스템 개발에 나서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실전 테스트를 통해 빠르게 고도화하는 신무기 개발의 이면에는 막대한 인명 피해가 자리하고 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2월까지 양측 사상자는 2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발표한 회칙에서 AI 등 첨단 기술을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새로운 바벨탑'에 비유했다. 특히 자율 무기체계와 관련해 “사실상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김명선 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