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변 검사만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조기에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 활동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물질을 소변으로 분석해 자폐 아동을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 균형 변화가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화학적으로 확인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자폐 진단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객관적인 생체 지표를 활용한 조기 발견 기술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2세부터 11세까지 아동들의 소변 샘플을 분석해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17종의 대사 성분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MDM) 시스템'이라는 분류 체계를 활용해 특정 기준을 넘는 대사물질 개수를 점수화했다. 실험에는 자폐 진단을 받은 아동 52명과 발달 장애가 없는 아동 47명이 참여했다.
분석 결과 자폐 아동 대부분에게서 비자폐 아동 그룹의 최고 수치를 뛰어넘는 대사물질이 최소 한 가지 이상 확인됐다. 자폐 그룹은 평균적으로 3개의 대사물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일부 물질은 대조군보다 최대 1000배까지 높게 측정됐다.
특히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연관된 아미노산 기반 대사 성분 증가가 두드러졌다. 교신저자인 제임스 애덤스 교수는 “장내 세균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변형 형태와 관련된 대사물질을 생성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며 “이는 자폐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는 사회성 문제와 불안, 우울,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장내 미생물 대사 이상과 자폐의 연관성을 제시한 기존 연구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분석 시스템은 임상시험에서 약 90% 정확도로 자폐 아동을 구별했으며, 오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 연구팀은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진행 중이다. 기존 자폐 진단은 전문가의 장기간 행동 관찰과 면담에 크게 의존해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소변 검사를 활용하면 보다 간단한 방식으로 조기 치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생물학적 진단 기술이 자폐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이나 부모의 부담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크리스티나 플린 연구원은 “일부 부모는 주변 시선이나 죄책감 때문에 진단 자체를 망설이기도 한다”며 “소변 검사로 자폐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이것이 명확한 생물학적 상태임을 보여주는 만큼, 보다 빠르게 치료와 지원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대사물질이 자폐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전체 자폐 사례의 약 90%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하위 유형인 'ASD-MDM(미생물 유래 대사물질 관련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개념을 제시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