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자동차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기술력을 인정받고도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산업이 일반적인 IT 플랫폼이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산업과 완전히 다른 독특한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기간에 가입자를 모아 매출을 폭발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고유의 긴 호흡을 이해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IT 산업과 달리 자동차 산업은 기술 개발 착수부터 실제 차량 양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사업 초기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선행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투자 비용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이후 실제 차량의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매출이 계단식으로 급증하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핵심은 'NRE(공동개발비)'와 'MP(양산 라이선스)'로 양분되는 매출 구조에 있다. NRE는 완성차 업체(OEM)나 티어-1 부품사와의 초기 공동 개발 단계에서 기술 용역 및 커스텀 개발의 대가로 받는 일회성 개발 매출을 뜻한다.
이 단계를 지나 차량의 양산(SOP)이 개시되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대수에 비례하여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받는 라이선스 및 로열티 기반의 MP(Mass Production) 매출이 비로소 발생한다. 즉,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은 초기 개발 단계보다 실제 양산 이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MP 매출을 통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양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이유는 차량의 안전을 담보하는 기능 안전성 검증, OEM 가혹 테스트, 장기 품질 신뢰성 확보 등 통과해야 할 관문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입 장벽을 뚫고 한번 양산 라인에 태워지면 극도로 안정적인 MP 기반의 록인(Lock-in) 효과와 매출 구조를 누릴 수 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도 이런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단기 실적보다는 '실질적인 SOP 파이프라인 확보 여부'와 'MP 기반의 매출 확장성'을 핵심 투자 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스트라드비젼이 이런 정석적인 자동차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성과를 증명해 내고 있다. 2019년 첫 양산 이후 체질 개선을 지속해 온 이 회사는 2023년 이후 연간 상업 생산량 100만 대 고지를 돌파했다. 2025년 기준 누적 5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탑재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OEM들의 신차 출시 확대에 따른 MP 기반의 반복 매출 비중을 계속 늘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 AI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는 단순한 기술력 과시를 넘어, 실제 SOP를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견고한 양산 기반의 매출 구조를 완성한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