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내 추가 군사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내에서 이탈표가 발생하며 찬성에 힘이 실린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가결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공화당 소속 토마스 매시,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톰 배럿, 워런 데이비슨 등 4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며 민주당 주도 결의안에 동참했다.
당내 보복 우려에 대해 미시간주의 배럿 의원은 “헌법상 전쟁 선포 권한은 오직 의회에 있다”며 “소신에 따라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투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원에서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네번째다. 여당인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며 대통령을 향한 초당적 경고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의안이 법적 효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원의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원은 이미 지난달 공화당 의원 일부가 가세해 자체적인 전쟁 권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나, 하원을 통과해 넘어온 이번 결의안에 대한 최종 표결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전쟁 권한이 막힐 위기에 처하자, 트럼프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결의안이 승인될 경우) 우리는 그들(이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의 이유가 없어진다”며 “미국 행정부의 손발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군사 행동이 완전히 차단될 확률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외신은 이번 표결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공화당 내부의 균열이 가시화된 결과라고 짚었다. 최근 공화당 보수파의 반발로 행정부가 18억 달러(약 2조 7500억원) 규모의 '정치적 민간 기금' 조성 계획을 철회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또 다른 이탈표이기 때문이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이번 투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적이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이란 전쟁에 대한 중대한 초당적 규탄이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중동에서의 끝없는 전쟁을 원치 않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말 안에 종전 양해각서(MOU)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이란이 쿠웨이트를 공격했는데 미-이란 간 휴전 협정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을 받고 “협상 자체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합의)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사된다면 주말 중에라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