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주요 대기업과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로봇·자율주행·산업 자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 동맹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반도체에 집중됐던 협력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5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이목이 쏠리는 건 '2차 깐부 회동'으로 불리는 주요 그룹 총수와의 만남이다.
황 CEO는 당일 저녁 서울 성수동 음식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함께 '삼겹살' 만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이번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주요 대기업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협력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로봇·자동차·산업용 장비 등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한 것으로, 최근 데이터센터에 이어 새로운 AI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분야다.
황 CEO는 앞서 2일 대만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6'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보틱스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엔비디아가 한국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LG·현대차 모두 공장(팹) 자동화, 로봇 등 피지컬 AI에 총력전을 전개하는 만큼 엔비디아와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AI 반도체·솔루션 기업이기 때문이다. 각 그룹사가 엔비디아 AI 기술을 도입, 피지컬 AI를 고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엔비디아는 황 CEO가 참여한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 때 한국 정부를 비롯해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 등에 총 26만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엔비디아 피지컬 AI용 반도체나 소프트웨어(SW) 솔루션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황 CEO는 7일 오후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 간 정규시즌 경기에서 시구한다. 시타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맡는다.
8일부터는 개별 기업에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현대차, 네이버 사옥을 찾을 전망이다. 주요 그룹 총수 회동에서 논의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황 CEO는 방한 동안 엔씨소프트·크래프톤 등 게임 업계와 만남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를 찾아 AI와 로보틱스 연구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방한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의 반도체 파트너십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AI 반도체 칩을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급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컴퓨텍스 2026 때 공개한 AI 노트북용 메모리 공급 방안이 안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가 찾는 기업 대부분이 엔비디아 솔루션이 필요한 '구매자 입장'”이라며 “단순히 엔비디아 제품을 도입하는 것 외 어떤 AI 투자 협력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