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은 넘치는데 데이터는 남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탄소중립을 이야기한다.
정부는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고, 기업은 ESG 경영을 강조한다. 소비자는 텀블러를 사용하고, 다회용기를 이용하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왜 탄소중립은 늘 국민의 불편으로 시작될까? 앱을 설치해야 하고, 포인트를 신청해야 하고, 인증을 해야 한다.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소비자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묻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가? 현재의 탄소중립 정책은 대부분 '참여 캠페인' 중심이다. 국민 참여를 유도하고,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벤트를 운영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행동이 실제 탄소감축으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체계적으로 기록되는 경우는 드물다.
캠페인은 넘치는데 데이터는 남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 탄소중립 정책의 가장 큰 한계다. 최근 BC카드는 종이영수증 미출력을 통해 조성한 환경기금으로 몽골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하면 의미 있는 ESG 활동이다.
그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기업이 종이영수증 감축을 환경 실천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왜 종이영수증을 줄여 만든 기금으로 몽골에 숲을 심으면서,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종이영수증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탄소중립은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종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종이영수증 보다 전자영수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전자영수증을 단순히 종이 대신 모바일로 받는 서비스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자영수증의 진짜 가치는 종이가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
무엇을 구매했는지? 얼마나 구매했는지? 저탄소 인증 제품인지? 다회용기를 사용했는지? 일회용품 사용을 줄였는지? 전자영수증은 생활 속 소비 데이터를 남길 수 있다.
탄소중립은 결국 데이터 싸움이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고,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의 탄소 데이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탄소는 이미지가 아니라 숫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종이영수증을 버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친환경 구조가 대기업 중심이라는 점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자체 앱과 멤버십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동네 카페와 식당, 소형마트는 다르다. 시스템 구축과 운영 부담은 결국 소상공인의 몫이 된다. 탄소중립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골목상권은 탄소 데이터 생태계에서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정부 환경 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수많은 소상공인 매장의 휴지통에는 종이영수증이 수북이 쌓여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종이영수증을 줄여 만든 기금으로 몽골에 숲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종이영수증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 아닐까? 탄소중립은 나무를 심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종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탄소중립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희생이나 의식적인 노력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참여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제하면 자동으로 저장되고, 전자영수증이 자동으로 연동되고, 탄소감축 데이터가 자동으로 축적되는 구조. 그것이 진짜 디지털 기반 탄소중립이다. 지금처럼 앱 설치는 국민 몫, 시스템 비용은 소상공인 몫,
캠페인 홍보는 기업 몫인 구조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탄소중립은 불편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라 불편을 없애는 기술이어야 한다.
전자영수증은 단순히 종이를 없애는 기능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국민 캠페인에서 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친환경 광고가 아니다.
캠페인은 넘치는데 데이터는 남지 않는다. 이제는 데이터를 남길 차례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