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코스피·코스닥 멈춘 블랙먼데이…AI 랠리 과열에 금리 쇼크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8일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코스피가 8% 넘게 급락하며 7500선 아래로 밀렸고, 코스닥은 9%대 하락률로 장을 마쳤다.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에 따른 금리 상승 부담, 미국 반도체주 급락,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12.50포인트(1.38%) 내린 8048.09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고, 장중 한때 7442.73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91.05포인트(9.08%) 급락한 911.39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급락으로 양대 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코스피는 오전 9시 3분 전 거래일 대비 8.40%, 코스닥은 오후 2시 36분 8.03% 하락하며 각각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앞서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각각 오전 9시 6분, 9시 34분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투자자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에 나섰다. 오후 3시 35분 기준 기관은 1조6242억원, 외국인은 375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7617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797억원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개인이 각각 1467억원, 124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 압력이 이어졌다.

급락의 1차 충격은 미국에서 왔다. 미국의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17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고용 호조는 경기 체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주가 부담이 컸던 증시에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를 다시 넘어섰고, 30년물 금리도 5%대에 재진입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도 국내 증시 하락을 키웠다. 브로드컴의 가이던스 부진 이후 미국 반도체 업종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마이크론, 샌디스크, 인텔,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도 매도세가 집중됐다. 미국발 반도체 투매가 국내 AI·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된 셈이다.

다만 장중 일부 낙폭을 줄이는 흐름도 나타났다.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관련주 조정을 매수 기회로 평가한 데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협력 기대가 부각된 영향이다. SK텔레콤, 네이버, SK네트웍스 등 일부 AI 인프라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지수 하단을 일부 지지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마감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1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동시에 발동되며 투매 양상, 무차별적인 급락세를 보였다”며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도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며 주가에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금주 시장의 관심은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오라클 실적 발표, 국내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등에 쏠릴 전망이다. 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할 경우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압력이 진정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지표가 다시 예상을 웃돌 경우 연준 긴축 우려가 커지며 국내 증시 변동성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