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 “월드컵은 AI 혁신 무대…토종 솔루션 글로벌화 계기 만들 것”

세계 48개국, 104경기, 16개 도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2026 FIFA 월드컵에는 경기 자체만큼이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기술 인프라를 여러 기업이 나눠 맡던 관행을 깨고, 레노버가 디바이스부터 서버·솔루션·서비스까지 모든 기술을 단독으로 책임지는 공식 기술 파트너로 나섰다.

FIFA 월드컵 역사상 단일 기업이 전 기술 스택을 통합 제공하는 첫 사례다.

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레노버가 보유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역대 가장 성공적인 월드컵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레노버의 근본 철학은 기술로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고, FIFA 월드컵 파트너십은 철학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FIFA 월드컵이라는 인류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AI 기술의 실효성을 전 세계에 증명하고, 이 경험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8년째 한국레노버를 이끌고 있다. 처음 5년은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ISG) 대표로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킹 사업에 집중했고, 3년 전부터는 PC를 포함한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IT 분야 경력 28년에 델·썬마이크로시스템 등 글로벌 기업을 거친 그는 “지금이 레노버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룰 최적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규식 한국 레노버 대표 .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신규식 한국 레노버 대표 .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역대 최대 규모 월드컵, AI 풀스택으로 단독 지원…“인류에 기여한다는 철학의 실천”

2026 FIFA 월드컵은 이전 대회와 비교해 규모 자체가 다르다.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고,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구조상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대폭 증가했다. 대회 운영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 만큼, 기술 인프라에 대한 요구 수준도 전례없이 높아졌다.

레노버는 AI PC, 워크스테이션, 태블릿, 스마트폰, 서버, 데이터센터 솔루션에 이르는 풀스택 포트폴리오를 일괄 제공한다. 대회 운영, 콘텐츠 제작, 팀 간 협업, 데이터 분석, 현장 기술 지원 등 모든 영역이 레노버의 기술 울타리 안에서 작동한다.

신 대표는 “기존에는 여러 기업이 영역별로 역할을 나눴지만, 이번에는 레노버가 단일 파트너로 전 과정을 통합·관리한다”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디바이스부터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파트너십의 배경에는 레노버의 탄탄한 공급망 경쟁력도 자리한다. 레노버는 2025년 가트너 공급망 선도 기업 글로벌 8위, 아시아태평양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180개 시장, 11개 지역 30개 이상 제조 시설을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는 역대 최대 규모 대회에 필요한 방대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기반이 됐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도 국내 메모리 공급사와 협력을 우선 강화해 AI 서버와 AI PC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인텔리전트 커맨드 센터·FIFA AI 프로·레퍼리 뷰…현장을 바꾸는 6가지 기술

레노버가 2026 FIFA 월드컵에 투입하는 기술은 크게 여섯 가지다. 각각의 기술은 경기 운영 효율화, 선수·팀 전술 지원, 관중 경험 혁신, 중계 품질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핵심은 '인텔리전트 커맨드 센터(Intelligent Command Center)'다. FIFA 월드컵 전체 운영을 실시간으로 총괄하는 중앙 통제 허브로, 경기 전·중·후의 운영 인사이트를 360도로 제공한다. 경기장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예측 기반 운영 계획 수립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신 대표는 “레노버가 F1 후원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 분석·실시간 운영 노하우가 인텔리전트 커맨드 센터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FIFA AI 프로'는 코치·선수·분석가를 위한 AI 기반 엔터프라이즈 지식 어시스턴트다.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하고 2000개 이상의 경기 지표를 처리해 팀별 전술 패턴 비교 분석과 상대팀 맞춤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신 대표는 “코칭 스태프가 실시간 데이터를 보며 상황에 맞게 전술을 조정할 수 있다”며 “데이터 접근은 팀별로 제한돼 정보 보안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아바타'는 출전 선수 전원의 신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3차원(3D) 아바타를 생성해 오프사이드 판정 등 심판의 주요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손 크기·체형 등 개인별 신체 특성까지 반영해 종전보다 정밀한 판정을 가능하게 한다.

'레퍼리 뷰(Referee View)'는 AI 스태빌라이저 기술을 적용해 심판 시점의 생생한 화면을 흔들림 없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신 대표는 “심판이 뛰면서 카메라를 들 때 발생하는 흔들림을 AI로 완전히 잡아내 시청자가 마치 그라운드 위에 있는 것처럼 경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5 FIFA 클럽 월드컵에서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관중 편의를 위한 '스마트 웨이파인딩(Smart Wayfinding)'도 주목할 기술이다. 공항 도착부터 호텔, 경기장 입장, 좌석 착석, 매점 이용까지 AI 기반 실시간 길안내와 동선 최적화를 제공한다.

경기장 곳곳에 마련된 AI GPU 기반 '홀로그램' 공간에서는 팬들이 가상의 마스코트·선수와 기념 사진을 찍거나 개인 맞춤형 리테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세계적 스포츠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과의 글로벌 파트너십도 체결해 팬 경험 혁신 메시지를 세계에 확산할 계획이다.

레노버가 2026 월드컵에서 디바이스부터 서버·솔루션·서비스까지 모든 기술을 단독으로 책임지는 공식 기술 파트너로 나섰다. FIFA 월드컵 역사상 단일 기업이 전 기술 스택을 통합 제공하는 첫 사례다. 사진제공=레노버
레노버가 2026 월드컵에서 디바이스부터 서버·솔루션·서비스까지 모든 기술을 단독으로 책임지는 공식 기술 파트너로 나섰다. FIFA 월드컵 역사상 단일 기업이 전 기술 스택을 통합 제공하는 첫 사례다. 사진제공=레노버

“파트너십 레퍼런스로 엔터프라이즈 수주 확대”…중견·중소기업까지 AI 전환 타깃

2026 FIFA 월드컵 기술 파트너십이 레노버에게 주는 가장 큰 자산은 실증된 레퍼런스다.

신 대표는 “AI 기술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역대 최대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를 실제로 운영하는 데 쓰인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기회”라며 “이 경험은 금융·제조·방송·유통 등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 레노버 AI 솔루션의 신뢰도를 높이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노버 엔터프라이즈 AI 전략은 'ISG(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계 10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중 8곳에 서버 인프라를 공급하는 레노버는 기업이 AI 도입 테스트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하는 단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AI 하이브리드 어드밴티지'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엔비디아와 협력한 'Lenovo Hybrid AI Advantage with NVIDIA'를 통해 AI 팩토리 구축과 맞춤형 AI 전환을 지원한다.

신 대표는 국내 기업의 AI 전환 현황에 대해 “CI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0~80%가 AI 도입 테스트 중이라고 응답했지만,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어떻게 연결할지 모르는 기업이 많다”며 “레노버는 AI 어세스먼트 툴, 컨설팅, AI 스타터 킷 형태의 하드웨어·라이브러리 패키지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방송국 사례를 들며 “가장 능력 있는 직원 10명으로 AI 팀을 꾸렸는데 1년 반이 지나도록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처럼 리소스와 방향성이 부족한 기업에게 레노버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타깃 시장도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기업은 자체 역량으로 AI를 도입할 수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레노버 같은 글로벌 IT 벤더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올해부터 중견·중소기업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제조·스마트 물류 등 산업별 AI 솔루션을 맞춤 제안하는 방식으로 고객 미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마케팅 측면에서 레노버는 FIFA 에디션 한정판 제품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 국내에는 리전, 요가 라인업에서 26 FIFA 월드컵 에디션을 내놨다. 각 제품은 FIFA 월드컵 브랜딩과 한정판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특별한 소장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레노버의 AI 및 차별화된 기술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고객 대상으로는 '워치 파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 대표는 한국 출전 경기인 멕시코전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출국 일정을 잡고, 현지에서 레노버 멕시코 공장 견학과 파트너 미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최근 성장세인 AI PC 시장에서는 공급망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넘버원 PC 기업의 물량 확보력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신규식 한국 레노버 대표
신규식 한국 레노버 대표

키라·로컬 AI 칩 생태계 구축…“한국 AI 스타트업 글로벌화 돕는 게 우리 사명”

레노버의 AI PC 전략은 자체 개발 AI 플랫폼 '키라(Qir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키라는 PC·태블릿·스마트폰·웨어러블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작동하는 개인용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별도 구독 없이 무료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이어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는 것이 핵심 장점이다.

신 대표는 “개인 세금 문제를 클라우드 기반 AI에 물었다가 이후 계속 관련 광고가 뜨는 경험을 하면 누구나 클라우드 AI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며 “키라는 내 디바이스 안에서만 동작하기 때문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간 클라우드 없는 직접 연동도 키라의 강점이다.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문서나 사진을 클라우드 경유 없이 노트북으로 바로 전달하고, 키라가 즉시 분석·정리해주는 방식이다. 신 대표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라면 기기 브랜드 관계없이 연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로컬 AI 생태계 구축에 대한 레노버의 의지다. 신 대표는 국내 NPU·TPU 개발사와 약 3년에 걸쳐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레노버 글로벌 엔지니어링 팀이 국내 AI 칩 업체들의 제품을 레노버 서버 플랫폼에 최적화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그는 “국내 AI 플랫폼과도 초창기부터 협의를 해왔으며, 그들이 준비되는 시점에 레노버 제품에 탑재해 글로벌로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를 한국레노버의 차별화된 사명으로 규정했다. “레노버는 180개국 판매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고, 한국에 있는 우리 직원들의 목표는 국내 AI 스타트업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이것이 글로벌 회사가 한국에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중장기 비전에 대해 신 대표는 “AI 전환의 속도는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며 “한국 기업 99%가 향후 12개월 내 AI 투자를 늘릴 계획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레노버는 B2B와 B2C 고객 모두에게 AI 전환에 필요한 하드웨어, 솔루션, 노하우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파트너”라며 “2026 FIFA 월드컵이 레노버의 AI 기술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실험실이 됐다면, 이제 그 실험실에서 검증된 기술로 한국 시장 혁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레노버가 2026년 월드컵에서 단일 기술 파트너를 맡는다
레노버가 2026년 월드컵에서 단일 기술 파트너를 맡는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