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향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산정 체계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쿠팡은 11일 개인정보위의 처분 발표 직후 “작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며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날 개인정보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3시간 이상 회의 끝에 개인정보 유출 관련 4235억7500만원, 타사 온라인 활동 기록 무단 수집·이용 관련 2011억600만원 등 총 6246억8100만원 규모 과징금을 의결했다.
쿠팡은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고, 쿠팡 파트너스 관련 데이터 적재에도 의도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소명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쿠팡은 앞으로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역대최대 과징금을 처분을 받은 SK텔레콤이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쿠팡도 제재 수위와 위법성 판단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개인정보 민감도와 실제 피해 발생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개인정보위는 유출된 정보가 피싱, 스미싱, 금융사기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현재까지 불법 유통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가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공식 인정한 만큼 원고 측에는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제 피해와 인과관계 입증이 별도로 요구된다.
특히 집단소송에서는 배송지 주소와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생활공간 관련 정보가 정신적 손해나 재산상 위험으로 인정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일부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개인정보위는 과거 개인정보 무단 국외 이전 문제로 카카오페이와 애플에 총 83억7520만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또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SK텔레콤에는 당시 역대 최대 규모였던 1347억9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번 쿠팡 제재는 이 같은 과거 사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형평성 우려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유출된 데이터의 '질적 위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쿠팡의 유출 데이터는 이커머스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본적인 식별 정보에 한정됐지만, SK텔레콤이나 결혼정보회사 듀오 등의 유출 데이터는 복제폰, 금융 사기 위험이 큰 통신 정보, 사생활을 파괴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기업 규모와 매출액이 데이터 유출로 인한 파장보다 과징금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혼인경력, 형제 관계, 장남·장녀 여부 등 회원 개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유출된 듀오에 대한 과징금은 12억원에 그쳤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위반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중대성, 피해 규모, 조사 협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이커머스 사업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했고,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처분은 법과 원칙을 토대로 매우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숙고 끝에 내려졌다”이라며 “쿠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