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동주택(아파트) 홈네트워크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관문을 넘었다. 아파트 단지 내 세대 단말기와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주차관제, 전기차 충전, 원격검침 등 공용부 인프라를 연결하는 한국형 홈네트워크 모델을 국제표준 체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공동 운영하는 홈전자시스템 표준화 회의는 지난달 열린 춘계총회에서 한국의 공동주택(MDU) 홈전자시스템(HES) 아키텍처 표준을 신규 국제표준 시리즈(ISO/IEC 14543-6)로 신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ISO/IEC 14543은 스마트홈·홈네트워크 분야 핵심 국제표준 체계다. 지멘스와 보쉬 등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KNX는 주거공간, 빌딩 내 조명, 냉난방, 공조 제어 등을 위한 프로토콜에 대한 표준화를 마쳤다.
일본 에코넷, 중국 IGRS도 각각 에너지제어, 가전 상호연동 분야에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승인에 따라 우리나라 공동주택 모델도 KNX, 에코넷, IGRS와 같은 선상에서 별도 표준을 마련할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앞서 스마트홈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워킹그룹(WG)이 한국의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WG 의장국을 맡은 미국과 캐나다는 일본에서 열린 총회에서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했다. 그동안 스마트홈 표준화 논의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까닭이다. OECD 기준으로 한국의 공동주택 비율은 76%로, OECD 평균인 38%의 2배에 육박한다.
다만 KNX·에코넷·IGRS 수준의 완성된 국제표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최대 공동주택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홈네트워크는 상호운용성·보안성 등 문제로 국내에서도 좀처럼 완전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마트홈 업계는 국제표준 논의 참여를 계기로 단지망 공용부의 상호운용성 확보 등 관련 KS 표준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AI스마트홈산업협회는 이달 중 첫 WG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표준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스마트홈 업계 관계자는 “국제표준 선점 로드맵과 중장기 표준화 전략을 하루 빨리 수립해 공동주택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