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 환경은 인공지능(AI) 및 녹색 전환,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재편,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기존 성장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 경제 역시 과거의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성장을 이끄는 '기술 프런티어 경제'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AI 전환으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증시 호조로 이어지며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었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밑돌며 저성장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수적이며, 이를 성장지향적인 세제가 강력히 뒷받침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 자국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붓는 반면, 현행 한국의 세제 지원은 기업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기에 미흡하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국내생산촉진세제가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대상 품목과 지원 방식 측면에서 보완이 절실하며, 기업경쟁력의 뿌리인 일반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 역시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시급한 성장지향적 세제의 핵심은 '국내생산촉진세제 실효성 제고'와 'R&D 세제 지원 확대'다. 첫째,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에서 전략산업 제품을 생산·판매한 기업에 생산량이나 판매량을 기준으로 세액공제 또는 환급 혜택을 주는 제도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일본의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처럼 국내 생산을 장려하고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이미 미국은 배터리·핵심광물 등을 지원하며 적자 기업도 혜택을 받는 '직접환급제'를 시행 중이고, 일본 역시 반도체·전기차 등 5대 전략산업에 적극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이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직접환급제 도입도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 R&D는 산업경쟁력의 핵심 기반이지만 주요국에 비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 한국 대기업의 R&D 조세지원율은 지속적인 세액공제 축소로 인해 2%(2024년 기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대기업에 차등 지원을 하더라도 각각 17%, 22%를 지원하는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주요 경쟁국들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R&D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한국 기업의 혁신 역량이 후퇴할까 우려된다.
기업 혁신을 막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세제는 인력과 자본 유출이라는 경제적 손실을 부른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글로벌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적어도 국내에 있는 본사가 해외로 이전하지 않도록 세제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세제 지원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를 우려하지만, 세제 인센티브를 통한 기업의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은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 증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오히려 세수를 늘리는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준다면 기업들은 과감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투자와 고용으로 응답할 것이다.
2026년 세제개편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보완과 R&D 세제 지원 전반의 확대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은 구매보조금과의 중복 지원 논란이 있으나, 국내 생산 증대와 부품 공급망 유지라는 제도 본연의 목적을 고려할 때 국내생산촉진세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적자 기업에도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 투자 유인을 제공하려면 직접환급제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 2%, 중소기업 25%로 격차가 큰 현재의 차등 지원 구조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공제율 상향이 요구된다. 이러한 성장지향적 세제 개편은 기업의 경영·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국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확실한 열쇠다. 정부의 의견 수렴 과정과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적극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임동원 한경협 경제연구센터장 dwlim@fk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