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전5사 통합, 전력 개편의 시작

정부가 전날 추가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각 후보지를 확정한 데 이어 18일에는 5개로 쪼개져 운영된 발전 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전력산업 기능개편 유력안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최종안은 다음달 확정 예정이다.

인공지능(AI) 확대기를 맞아 전력이 어떤 분야보다 국가경쟁력을 지탱할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힘 있을 때 고쳐 쓰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다.

25년 전 이뤄진 전력구조 개편에 따른 발전부문 분립 체계는 이제 의미와 효용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1개 회사로의 대통합이 '도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넘어 국가적 대전환을 밑받침하는 에너지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몇 가지 필연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규모의 경제'를 통한 투자 실행력 극대화다. 해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과 계통 안정화 작업에는 천문학적 자본과 고도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그간 5개사가 각개전투하며 벌인 중복 투자 같은 비효율을 걷어내고, 통합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나아가 유연하고 민첩한 전력 생산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전력 수요 패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거대해진 통합 법인이 과거의 경직된 관료주의로 회귀한다면 정부에는 최악의 선택이요, 산업계에는 곧 재앙이다.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 경영 시스템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아울러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지역사회의 충격을 완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매끄럽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개편안을 대하면서도 한 가지 근본적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정부가 발전부문의 대통합을 통해 '효율과 혁신'을 택했다면, 오랜 시간 고착화된 전력 판매(서비스) 부문의 독점 구조는 언제까지 유예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생산 측면의 효율성 극대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의 다양성과 선택권이다. 공급단을 하나로 묶는 거대 통합이 자칫 전력시장 전반의 경쟁 동력을 약화시키고, 소매 판매 부문의 개방과 경쟁 체제 도입을 오히려 요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제야 대한민국 생존과 지속이 달린 에너지 구조혁신의 서막이 올랐다. 다음달 정부가 더 정교한 전력시장 개편 설계도와 실행 계획을 내놓길 기다리겠다.

충남 아산에 가동중인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충남 아산에 가동중인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editoria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