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개편으로 철강·알루미늄·구리 관련 중소기업의 수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부속서 I-A와 I-B 해당 기업의 10곳 중 4곳은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9일까지 관련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철강·알루미늄·구리 232조 관세 개편 관련 중소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6일부터 시행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개편에 따른 관세 산정 방식 변화와 부속서별 차등 관세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6.3%는 자사 수출 품목이 어느 부속서에 해당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속서 II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6.5%, 부속서 III는 11.0%, 부속서 I-A는 8.3%, 부속서 I-B는 7.8%였다.
관세 개편 이후 관세율이 높아졌다고 답한 기업은 20.8%였으며, 평균 인상 폭은 기존보다 16.2%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관세율이 낮아졌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부속서별 체감 영향도 뚜렷하게 갈렸다. 제품 전체 가격에 50% 관세가 부과되는 부속서 I-A 기업의 40.0%, 25% 관세가 적용되는 부속서 I-B 기업의 38.3%는 향후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낮은 부속서 II에서는 67.7%, 부속서 III에서는 42.4%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해 부속서에 따라 체감 영향이 크게 달랐다.

수출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관세 부담 증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76.1%)를 꼽았다. 이어 '바이어의 가격·인도조건 변경 요구'(37.3%), '거래 지연 및 취소 발생'(25.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거래처와 가격 및 거래조건 협상'(52.2%)이 가장 많았으며, '원가 절감 노력'(43.3%), '대체 시장 발굴'(18.7%), '현지 신규 바이어 발굴'(15.7%)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 '원가 절감 방안 마련'(40.3%)과 '부속서별 품목 재분류를 위한 대미 협상 강화'(40.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제3국 등 대체시장 발굴 지원'(22.4%), 'HS코드 변경을 위한 관세 컨설팅 확대'(20.1%) 등을 요구했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관세 산정 기준이 금속 함량 가치에서 완제품 가격 기준으로 바뀌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파스너 제조업체 A사는 “기존에는 철강 함량 기준으로 약 25% 관세를 부담했지만 개편 이후 부속서 I-A로 분류되면서 제품 전체 가격의 50%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며 “제조비용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
변속기 부품 제조업체 B사도 “관세 부담이 15%에서 25%로 늘어난 데다 고객사의 원가 절감 요구와 거래조건 변경 압박까지 겹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 바이어들이 신규 개발 물량은 현지 업체를 우선 고려해 신규 수주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제품 가격에서 제조·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제품이 구조적으로 더 큰 관세 부담을 지고 있다”며 “정부는 단순 금속 함량이 아닌 실제 가격 구조를 반영한 합리적인 부속서 재분류를 위해 대미 협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 완화와 물류비 추가 지원, 장기적인 관세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통상 대응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