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이 2027년 적용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도체 호조와 주가지수 상승 등 거시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내수 부진과 인건비·임대료·원가 부담으로 생존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와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을 비롯해 윤영발 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현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종학 GS25경영주협의회 정책국장 등 업종별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반도체 호조와 대기업 실적 등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주가지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라며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은 겨우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는 최저임금이라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갖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어떠한 안전망도 없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기업이 문을 닫으면 일자리도 최저임금도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 안건이 부결된 데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소기업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취약 업종에 최소한의 생존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또다시 부결됐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제조업의 임금 체계 왜곡 우려도 제기됐다. 곽인학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몇십 원, 몇백 원 오르는 것이 작아 보여도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 법정 비용까지 연동돼 기업 부담은 훨씬 커진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숙련 직원 임금도 함께 올려야 해 신입과 경력자의 임금 역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현 이사장도 “원자재 가격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인건비는 한 번 오르면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며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기업이 많다. 지역 공장이 멈추고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 지방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 업계도 한계 상황을 강조했다. 이기재 회장은 “반려동물용품 소매점은 평균 마진율이 30% 수준인데, 이 중 인건비와 임대료가 각각 12%가량을 차지한다”며 “전기료 등 공과금을 내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점주가 직원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월 100만원 이하 수익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주휴수당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이종학 정책국장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은 보장돼야 하지만 현재 제도가 소상공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주휴수당 부담 때문에 근무 시간을 쪼개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2.6%는 2027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77.6%였고, 임금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는 52.3%가 최저임금 인상률을 꼽았다.
최저임금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대응 방안으로는 48.6%가 신규 채용 축소와 기존 인력 감원 등 고용 축소를 선택했다. 응답자의 76.1%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재광 위원장은 “대기업은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위기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현재 수준으로 동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