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은 언제나 전쟁터다. 아침에 청소를 해도 저녁이면 다시 그대로다. 바닥에는 자잘한 레고블럭부터 1cm 안팎의 미니어처 식기, 털실뭉치 따위가 늘 굴러 다닌다. 매일 아이 방을 청소하는 일은 쉽지 않다.
로봇청소기를 거의 4~5년만에 다시 썼다. 삼성전자의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이다. 흡입력을 강화하고 모퉁이 청소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다. 기본기를 강화한 제품이라지만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10년 전 샤오미 로봇청소기 기억 때문이다. 신혼 초기 잘 써먹었던 로봇청소기는 아이가 생기자마자 무용지물이 됐다. 로봇청소기를 한 번 돌리려면 장난감부터 아이 옷가지, 기저귀 등등 먼저 치워줘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초벌 청소' 없이는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했다. 물걸레 기능은 한창 잘 쓸때도 한 번 쓰고 말았을 만큼 별 효용이 없었다.
◇장난감은 피하고, 액체도 알아서 피한다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사물 인식 기능이다. 말 그대로 먼지만 흡입한다.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이나 전선 등 청소하지 말아야 할 물건은 스스로 피하거나 흡입하지 않고 지나간다. 폼롤러나 책,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큰 물건은 그냥 밀어내고 청소한다. 바깥에서 로봇청소기를 가동해도 흡입구에 뭐가 걸려 있을까 걱정할 일이 크게 줄었다.
로봇청소기 가동에 가장 큰 걸림돌도 아이 방 청소였다. 아이 방 바닥에 장난감이 놓여져 있지 않은 날은 거의 없다. 아이 방을 상시 청소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자니 로봇청소기의 효용이 크게 떨어진다. 100%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번엔 조금 달랐다. 로봇청소기가 장난감이 늘어져 있는 아이 방에 들어서자 굳이 무리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구역으로 청소 방향을 틀었다. 큼직한 물건은 밀어내고 청소를 하더니 거실 청소를 시작했다. 로봇청소기가 거실을 청소하는 동안 아이 방 장난감을 조금 정리하고 다시 청소를 돌리니 그제서야 아이 방 청소를 시작했다.
로봇청소기의 인공지능(AI) 사물 인식 기능이 크게 강화된 영향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한다. 2026년형 제품부터는 장난감 같은 고체 물건 뿐만 아니라 액체를 피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투명한 액체 역시 피한다. 반려동물의 배설물과 같은 정체불명 액체가 집안 전체를 오염시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기능이다.

◇청소기가 아이 마중까지…이동형 AI 가전으로 진화
실시간 모니터링과 결합하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바닥을 쓸고 다니지만 로봇청소기의 시야각은 꽤 넓다. 시야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다. 현관 문으로 누가 들어오는지도 언제든 확인이 가능했다. 노트북 충전 어댑터를 놓고 출근한 날 집안에 어댑터가 잘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해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 마중하기' 기능은 특히 흥미롭다. 로봇청소기로 아이의 귀가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귀가 시간이 되면 지정한 위치로 이동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한 뒤 알림을 보내준다. 알림을 확인한 뒤 '실시간 대화' 기능을 이용해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청소기에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반대로 스마트싱스로 방을 살피고 있는 사용자와 소통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로봇청소기의 보안 기능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가족 얼굴과 집안 전체가 카메라에 담긴다. 삼성전자는 녹스(Knox)를 통해 로봇청소기에 저장·전송되는 실내 영상과 음성, 지도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외부 접근을 통제한다.
실제 사용해 보니 청소 성능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제 로봇청소기가 집 밖에서도 집 안의 사소한 일들을 해결해 주는 이동형 AI 가전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어차피 제대로 집을 청소하려면 무선청소기를 직접 돌리는 게 정답이다. 이 정도면 아이 있는 집에서도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도 집안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조 도구로 충분히 들여 볼만하다.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청소 뒤에 먼지통에 뭐가 빨려 들어갔는지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먼지통은 불투명 부직포 재질이다. 사물 인식 기능이 강화됐지만 AI가 아직 사소한 불안까지 완전히 잡아주진 못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