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노준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김시문 박사와 함께 저주파 수중음을 광대역으로 모으는 초경량 수중 음향 렌즈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수중 통신, 해양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최근 음향·진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옵 사운드 앤 바이브레이션(Journal of Sound and Vibration)'에 게재됐다.

영화를 보면 잠수함 승조원들이 늘 헤드폰을 끼고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빛은 수심 몇백 미터만 내려가도 금방 사라지지만, 소리는 수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수중 세계에서 소리는 단순한 음파가 아니라, 거의 유일한 '언어'다.
문제는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모으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의 음향 렌즈는 단단한 고체 덩어리로 소리를 굴절시키는 방식인데, 낮은 주파수의 소리일수록 파장이 길어 소리를 한 점으로 집중시키려면 장치가 지나치게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꽉 찬 구조' 대신 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즉 '공동(cavity)'을 촘촘히 배치한 기반 메타구조를 활용했다. 각각의 빈 공간은 작은 공명기처럼 작동해 특정 주파수 소리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이 공명기들이 모여 소리를 한 점으로 모으는 렌즈 역할을 한다. 기타 울림통이 특정한 음을 증폭하듯이 작은 '소리 공명방'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름 240㎜(밀리미터) 크기의 렌즈를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이를 통해 저주파 수중음을 넓은 범위(20~35㎑)에서 안정적으로 한 점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같은 직경(280㎜) 조건에서 기존 고체 렌즈와 비교했을 때, 무게는 27.5㎏에서 17.2㎏으로 약 40% 줄었다.
또 실험 과정에서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이라는 현상이 확인됐는데, 이 현상으로 인해 소리가 앞뒤 방향으로 서로 다르게 반사되는 비대칭 특성이 나타났다. 단순히 소리를 모으는 것을 넘어, 소리의 흐름 방향까지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해양 센서 네트워크와 수중 통신, 음향 에너지 전달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바닷속 여러 곳에 흩어진 센서들이 소리로 정보를 주고받는 해양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이 렌즈는 신호를 선명하게 모아주는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노준석 교수는 “저주파, 광대역, 경량화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한 사례”라고 밝혔으며, 김시문 박사도 “이번 연구는 3차원 저주파 수중 음향 렌즈의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