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공연의 글로벌 매진과 프로스포츠 관중 증가는 한국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국내 공연예술 티켓 판매는 2,478만 매에 달했고, 프로스포츠 관객 역시 1,776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장의 외형이 커진 만큼 그늘도 깊어졌다. 인기 티켓을 둘러싼 매크로 싹쓸이 구매,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 재판매, 위조 티켓과 사기 거래는 산업의 신뢰를 흔드는 고질적 난제가 되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최근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한 데 이어, 부정거래 방지 조치, 자료제출 범위, 신고기관 지정, 과징금·포상금 기준 등을 담은 후속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의 의미는 단순히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단속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정한 구매 절차를 우회한 부정구매와 상습적·영업적 초과가격 재판매를 제도적으로 포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존 암표 규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중요한 변화다.
조직적 암표상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필요하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선점한 뒤, 소비자에게 몇 배의 가격으로 되파는 행위는 공정한 접근 기회를 박탈하고 시장 질서를 훼손한다. 팬과 관람객은 정당한 가격에 문화와 스포츠를 향유할 기회를 잃고, 공연·스포츠 주최자는 브랜드 신뢰와 장기적 수요 기반을 훼손당한다. 따라서 부정구매와 투기적 재판매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티켓 재판매 시장의 실제 모습은 사회적 통념보다 훨씬 다층적이다. 영국 정부가 의뢰한 2차 티켓 시장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에서 티켓을 구매한 응답자 중 32%는 액면가로, 22%는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즉, 조사 대상 거래의 54%는 액면가 이하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반면 액면가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구매했다는 응답은 21%, 상당히 높은 가격에 구매했다는 응답은 11%였다.
이는 2차 티켓 시장 전체를 일부 인기 공연의 고가 재판매 사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티켓 재판매를 막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나 개인 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하려는 일반 소비자의 비투기적 수요와, 조직적으로 차익을 노리는 전문 암표상의 행위는 세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필자가 참여한 한국벤처창업학회의 「2차 티켓 거래 플랫폼 산업의 생태계 구조 및 성장 전략에 관한 연구」에서도 이 시장을 '제도적 논리'의 관점에서 분석한 바 있다. 2차 티켓 거래 생태계에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적 논리, 공정한 거래와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소비자 권리 논리, 공익과 시장 질서를 강조하는 국가·공공 논리, 그리고 본인확인·안전결제·이상거래 탐지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적 논리가 동시에 작동한다. 여기에 팬덤 공동체는 단순한 가격 효율성만이 아니라 공정한 접근성과 문화적 연대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암표 문제가 단순한 상거래 논쟁을 넘어 문화적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시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풀 것인가, 더 조일 것인가의 이분법이 아니다.공공성만 과도하게 강조하면 선의의 양도 수요와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작동할 공간이 사라질 수 있고, 반대로 시장 자율에만 맡기면 투기적 재판매와 소비자 피해를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선의의 양도와 투기적 암표를 구분하고, 위험한 거래에 규제의 초점을 맞추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거래의 양성화, 즉 추적 가능하고 책임 있는 유통 경로의 확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 거래와, 본인확인·에스크로·거래기록 보존·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갖춘 공식 2차 채널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전자는 사기 가해자를 추적하기 어렵고 피해 구제도 제한적인 반면, 후자는 거래 기록을 남기고, 의심 거래를 모니터링하며,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만약 규제의 칼날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작동해 모든 재판매 행위를 하나의 '암표'로 묶어버린다면, 오히려 투명하게 추적·관리할 수 있는 거래까지 음성적인 사각지대로 밀어낼 수 있다. 책임 체계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춘 국내 공식 채널은 위축되고,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 익명 거래가 확대된다면 규제의 실효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들도 이 점을 시사한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는 티켓 재판매를 무조건 외부의 위험으로만 보지 않고, 공식 또는 인증된 유통 경로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는 방식이 자리 잡아 왔다. 예컨대 NFL은 티켓마스터와 함께 'NFL Ticket Exchange'를 공식 재판매 채널로 운영해 왔고, 이 채널을 리그가 승인한 재판매 시장이자 티켓 진위 확인이 가능한 경로로 제시해 왔다. MLB 역시 2007년부터 스텁허브와 공식 팬 간 티켓 거래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후 MLB.com 및 30개 구단과 연계된 재판매 시스템을 통해 팬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티켓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사례의 핵심은 재판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확인 가능하고 책임 있는 경로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한다는 데 있다. 결국 문제는 재판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거래가 투명하게 기록되고 책임 있게 관리되는가에 있다.
이 관점에서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의 세부 기준들은 향후 집행 과정에서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 예컨대 판매 횟수와 금액만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누진 부과하는 방식은 행정적 명확성은 높일 수 있으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래를 반복한 소비자와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기업형 암표상을 정교하게 구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반복성, 영업성, 자동화 수단 사용 여부, 가격 상승 폭, 거래 방식, 피해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위험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의 형평성과 집행 범위 역시 중요한 문제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공식 사업자들은 모니터링, 거래기록 보관, 신고 대응 등 엄격한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SNS, 글로벌 재판매 플랫폼, 폐쇄형 커뮤니티에는 국내법의 집행력이 충분히 미치기 어렵다. 이러한 규제의 비대칭성이 커지면 암표 거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규제 레이더가 닿지 않는 해외 서비스나 음성적 채널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춘 국내 공식 채널은 위축되고,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 익명 거래가 확대된다면 규제는 오히려 집행 가능한 영역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초점은 국내 사업자에게 의무를 더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공식 채널은 살리고, 해외·음성 채널의 우회 거래까지 줄일 수 있는 집행 전략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K-컬처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지금, 티켓 재판매 플랫폼을 단순히 암표 거래소로만 규정하는 시각은 한계가 있다. 투명하게 관리되는 2차 플랫폼은 글로벌 팬덤이 한국의 문화 상품을 안전하게 소비하고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해외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국내 공연·스포츠 시장의 확장에 기여하며, 위조 티켓과 사기 거래를 줄이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암표 단속과 시장 양성화를 대립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매크로를 활용한 부정구매와 조직적 투기 행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본인확인, 안전결제, 거래기록 보존,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갖춘 채널은 시장 질서 회복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시장이 스스로 신뢰를 쌓고 발전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정부와 플랫폼 업계, 공연·스포츠 주최사, 소비자 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할 상시 협의체도 필요하다. 암표 수법은 계속 바뀌고, 소비자 피해 유형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한 번 정한 규정만으로는 시장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판매 한도, 정가 양도 기준, 본인확인 방식, 신고 처리 절차 같은 쟁점들을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속 점검하고 고쳐 나갈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암표 규제의 성패는 얼마나 강하게 금지하느냐보다 무엇을 제도권 안에 남길 것인가에 달려 있다. 매크로와 조직적 투기로 티켓을 사재기하는 행위는 강하게 막아야 한다. 동시에 사정이 생겨 티켓을 양도하려는 소비자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길은 남겨두어야 한다. 거래는 보이는 곳에 있어야 기록이 남고, 기록이 남아야 사기와 폭리를 잡을 수 있다. K-컬처와 스포츠 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는 지금, 재판매 시장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암표는 단호히 막되, 안전한 양도는 제도권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문경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장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