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상태가 조금만 달라져도 품질이 달라지는 식품 공장. 앞으로는 숙련 작업자의 경험 대신 인공지능(AI)이 원료와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공정 조건을 제안하고 불량 가능성까지 미리 예측한다. 화장품 공장에서는 신제품 처방 설계부터 품질관리, 규제 검토까지 AI가 함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조 현장에 '멀티 AI 에이전트'를 처음 투입하며 스마트공장을 넘어 'AI 공장' 시대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중기부는 29일 충북 음성 풀무원식품 공장에서 '중소제조 특화 멀티 AI 에이전트(Multi AI Agent) 실증 프로젝트 착수간담회'를 열고, 최종 선정된 12개 과제의 현장 실증을 본격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AI 기반 제조혁신 정책이 연구개발(R&D)을 넘어 실제 생산 현장으로 확산되는 첫 사례다. 기존 스마트공장이 설비 자동화와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맞췄다면, '멀티 AI 에이전트'는 여러 AI가 협업해 공정을 분석하고 품질을 예측하며 작업자와 관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숙련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제조 현장에 AI를 '디지털 파트너'로 투입하는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기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12개 수행기관, 수요기업 등이 참석해 제조 현장에서 AI 에이전트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품질 편차와 공정 조건 조정, 숙련인력 부족 등 중소 제조기업의 공통 애로를 공유하며 AI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실증 사례도 공개됐다. 식품 제조 분야에서는 '아이제라'가 풀무원식품을 대상으로 원료 상태와 공정 조건 변화에 따른 품질 편차를 AI가 분석하고 품질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모델을 검증한다. 작업자와 관리자는 AI가 제시하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공정 조건을 조정하고 품질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뷰티 제조 분야에서는 '카이로스랩'이 아이이씨코리아, 인터코스코리아, 엑티브온, 뉴트리어드바이저 등과 함께 처방 설계부터 품질관리, 생산공정, 규제 검토, 임상효능 예측까지 신제품 개발 전 주기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은 화장품 산업에서 개발 기간 단축과 생산 효율 향상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선정된 12개 과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실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해 AI 에이전트의 작동 여부와 현장 적용 가능성, 후속 연구개발(R&D) 확장성을 검증한다. 중기부는 데이터 품질 검증과 국가 GPU 인프라 연계, 전담위원 지원 등을 통해 실증 결과가 실제 산업 현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식품과 뷰티를 시작으로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등 다양한 제조 분야로 AI 에이전트를 확산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정부는 실증을 통해 축적된 AI 모델을 기반으로 중소 제조업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조 데이터 표준화와 AI 신뢰성 확보, 현장 근로자의 AI 활용 역량 강화, 중소기업의 AI 도입 비용 부담 완화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AI 에이전트가 제조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실증과 함께 제도적·인프라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재 중기부 지역기업정책관은 “AI 기술은 제조현장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 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과 환경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중소제조 현장에 활용 가능한 AI 모델을 검증하고, 식품·뷰티·자동차부품·금속가공 등 주요 제조 분야로 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