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쇼크' 유럽, 韓·中 에어컨 특수..HVAC '씨앗'으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의 한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의 한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이 한국·중국·일본 에어컨 기업에 특수를 안기고 있다. 에어컨 보급률이 20%에 불과한 유럽 시장에서 이동형 제품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히트펌프 중심 냉난방공조(HVAC) 시장으로 재편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상반기 유럽 에어컨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주요 시장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6월 이후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냉방 성수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 가정용 에어컨 매출은 6월 서유럽에서 두 자릿수 성장했다. 유럽향 이동형 에어컨 재고 물량을 2분기 조기 소진했다. 유럽형 제품 상당수를 생산하는 창원 라인은 4월부터 최대치로 가동 중이다. 터키 등 유럽 현지 제조 라인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마이디어 이동형 에어컨 '포타스플릿'은 일부 유통 채널에서 완판됐고, 중고 거래 가격이 신제품 가격을 웃도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독일 이커머스 채널 매출은 5월 기준 전년 대비 37% 증가했고, 스페인·프랑스 출하량은 108% 급등했다.

일본 미쓰비시전기도 프랑스·스페인·영국·독일을 중심으로 제품 수요가 급증해 이를 감당할만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유럽 에어컨 시장은 지역색이 매우 강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로, 미국(90%)에 크게 못 미친다. 실외기 설치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일시적 폭염에 단기적으로는 실외기가 필요 없는 창문·이동형 제품 수요가 집중된다.

가전 기업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에선 실외기 설치 허가를 받기 위해 9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이같은 구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부 이동형 제품을 중심으로 특수가 예상되지만, 상황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 쇼크' 유럽, 韓·中 에어컨 특수..HVAC '씨앗'으로

장기적으로는 신규 대단지·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냉난방공조(HVAC)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전망이다. 폭염이 반복될수록 항구적 냉방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건물 시스템 일부로 냉·난방을 동시에 해결하는 히트펌프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유럽은 세계 평균 두 배 이상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다.

유럽 히트펌프 시장은 한국과 중국 기업간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LG전자는 각각 'EHS(EcoHeating System)'와 '써마브이(ThermaV)' 브랜드를 앞세워 유럽 히트펌프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기업도 공격적으로 추격하고 있다. 마이디어·그리·하이얼 등은 한국 기업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무기로 동유럽과 남유럽 HVAC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16개국 주거용 히트펌프 판매량은 약 262만 대로, 전년 대비 10.3% 증가하며 2024년 보조금 축소로 인한 감소 추세를 극복했다.

가전 기업 관계자는 “이동형 에어컨은 단기 특수에 그칠 수 있지만, 히트펌프는 유럽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10년 이상 성장할 구조적 시장”이라며 “한·중 기업간 가격과 기술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