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베트남 부실채권(NPL) 시장에 한국형 금융 인프라를 잇달아 수출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구축에 이어 인공지능(AI) 시스템까지 도입하며 베트남 부실채권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한국 금융권의 해외 사업 환경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베트남 온라인 NPL 거래 플랫폼 AI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베트남 부실채권 거래 플랫폼에 AI를 접목해 문서 처리와 정보 검색을 자동화한다. 베트남의 담보·부동산 관련 자료는 대부분 이미지(JPG)나 스캔 PDF 등 비정형 문서로 관리되고 있다. 담당자가 문서를 직접 열람해 주소와 금액, 면적 등을 입력하고 각 공공 사이트에 흩어진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는 등 불편함이 크다.
캠코는 이번 사업으로 OCR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문서를 분석하고 주소·금액·면적 등 주요 정보를 자동 추출해 업무 데이터베이스(DB)에 맞게 구조화한다. 법원 공고문과 경매정보, 부동산 정보, 내부 업무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자연어 질의응답도 제공한다.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적용해 답변의 출처를 함께 제시하고 AI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캠코가 추진 중인 베트남 NPL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캠코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공협력사업으로 신한DS와 함께 베트남자산관리공사(VAMC)의 온라인 부실채권 거래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베트남 자산유동화(ABS)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제도 컨설팅 계약도 체결했다. 거래 플랫폼 구축부터 AI 시스템, ABS 제도 정비까지 부실채권 시장의 핵심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셈이다.
NPL은 금융회사가 회수하지 못한 연체 대출이나 부실채권을 뜻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자산 건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시장에 원활하게 매각·유통될수록 새로운 대출 여력을 확보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거래 인프라와 법·제도가 미비하면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되고 금융시장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캠코가 베트남 NPL 시장의 거래·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한국 금융권의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금융사들이 베트남에서 영업하고 있다”며 “현지 부실채권 거래 체계가 갖춰지면 국내 금융사도 현지 부실채권을 안정적으로 매각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