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순찰에 항의하며 영화 '스타워즈'의 악당 테마곡을 틀었다가 구금된 주민에게 5만달러(약 7700만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NBC 뉴스 등 외신은 이날 공개된 법원 문서 및 워싱턴 D.C. 법무장관실이 제공한 합의서 사본을 인용해 이 같이 전했다.
법원에 따르면 워싱턴 D.C. 구청과 현지 경찰관 4명은 원고 샘 오하라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금액을 지급하기로 서명했다. 이번 합의금에는 변호사 수임료와 소송 비용이 모두 포함됐으며, 워싱턴 D.C.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오하라의 변호를 맡았다.
호텔업계에 종사하는 예술가인 오하라는 지난해 9월 11일, 공공 도로를 순찰 중이던 오하이오 주방위군 병사들을 따라가며 자신의 휴대전화로 스타워즈의 유명한 삽입곡인 '제국의 행진(The Imperial March)'을 재생했다. 스타워즈 대표 테마곡으로, 악역인 은하 제국을 상징하는 곡이다.
당시 위협을 느낀 방위군 병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오하라에게 수갑을 채운 채 약 15~20분 동안 구금했다가 별도의 기소 없이 석방했다.
이후 오하라는 경찰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부당한 체포 및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4조를 침해했다며 작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오하라는 소송 취하에 합의한 뒤 성명을 통해 “합의 결과에는 만족하지만, 공무원의 위법 행위로 인한 비용을 납세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씁쓸하다”며 “실제 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당사자들의 연금을 삭감하는 등의 실질적인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권력자들이 침묵을 강요할 때일수록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합의서에는 워싱턴 D.C. 측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조건이 명시됐다. 또한 오하라가 오하이오 주방위군 소속 데본 벡 상사를 상대로 제기한 별도의 관련 소송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벡 상사 측은 법원에 기각을 요청한 상태다.
워싱턴 D.C. 내 주방위군 배치는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 전역에 '범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시작됐다. 이 같은 군사력 증강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워싱턴 D.C. 지역 주민들과의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배치 후 거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백 명의 주방위군이 현지에 남아 순찰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