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접어든 가운데, 대규모 성과급 지급과 영업이익 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서 촉발된 성과급 기준 투명화와 이익 공유 논쟁이 조선업계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주요 조건으로 '성과급 체계 개편'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년간의 불황을 버텨내고 찾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결실을 노동자와 정당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취지다.
노조는 최근 사측과의 교섭에서 당해 연도에 발생한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들에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전망치는 4조원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는 노동자들의 땀과 노동으로 일궈낸 자산인 만큼, 공정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조375억원이었다. 노조 요구안대로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을 적용하면 조합원 1인당 약 6800만원, 올해 전망치인 4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약 1억3000만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 올해 현재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조합원 수는 약 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회계상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법인세 등 세금 공제와 제반 비용 등 실제로 차감되는 부분이 많다”며 “영업이익의 30%라는 재원을 성과급으로 지출하게 되면 향후 불황 시기 회사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노사 역시 지난 4일 임금협약 상견례를 마치고 본협상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사 맏형 격인 HD현대중공업이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제를 핵심 카드로 꺼내든 만큼 한화오션 노조 역시 이와 유사한 성과급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이른 시일 내에 사측과 상견례를 갖고 임단협을 시작할 예정이다. 협의회 역시 아직 뚜렷한 요구안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최근 잇단 수주 훈풍과 실적 상승 등을 앞세워 성과급 인상 요구안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립이 조선업계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주 산업으로, 시황에 따른 호황과 불황의 주기가 뚜렷한 데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 기술 개발에 막대한 중장기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아 시황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며 “중국 조선사들이 추격해 오는 만큼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소연 기자 so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