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동원해 코인값 띄운 '고래'…금융위, 수사기관 고발

대규모 자금 및 거래소 간 가격 동조화 현상을 이용한 장기 시세조종
대규모 자금 및 거래소 간 가격 동조화 현상을 이용한 장기 시세조종

금융당국이 국내외 거래소를 연계해 가상자산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와 초단기 매매로 투자자를 유인한 혐의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금융위원회는 1일 제12차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시장 시세조종 사건 2건 혐의자에 대해 수사기관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과 함께 조사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사건이다.

첫 번째 사건은 이른바 '고래'로 불리는 대규모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에 복수 상장된 가상자산 시세를 조종한 사례다. 혐의자는 수백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해당 가상자산 글로벌 유통물량의 절반 수준까지 취득하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매수세가 우세한 것처럼 시장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며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거래소에서 먼저 가격을 끌어올린 뒤, 거래소 간 가격 동조화 현상을 이용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동일 가상자산의 동반 상승을 유도한 점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혐의자가 해외 거래소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국내 거래소에서는 이를 웃도는 이익을 실현했고, 불공정거래 피해가 국내 투자자에게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API 시장가 매매와 지정가 고가매수를 결합한 초단기 시세조종
API 시장가 매매와 지정가 고가매수를 결합한 초단기 시세조종

두 번째 사건은 국내 사업자가 발행해 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을 대상으로 한 초단기 시세조종이다. 혐의자는 특정 가상자산을 미리 매집한 뒤 API 채널을 통해 1초 안에 수차례 시장가 매수·매도 주문을 반복 제출했다. 동시에 웹 채널을 통해 매도 10호가 이상의 고가 매수 주문을 반복 제출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매수세가 유입되면 보유 물량을 나눠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금융당국은 가격이나 거래량이 합리적 이유 없이 급등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추종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대형 투자자가 유통 물량을 집중 매집해 가격을 올린 뒤 일시에 매도하는 '펌프 앤 덤프'는 매도 전환 시 가격 급락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고래 투자자의 매집·처분 정보를 투자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소수계정 거래집중 등 시장경보 제도를 지속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소수 계정 상위 10개 매매 관여율이 50% 이상이면 투자주의, 75% 이상이면 투자경고, 90% 이상이면 투자위험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사체계를 고도화해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고래'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세조종 등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신속히 적발하겠다”며 “적발된 불공정거래는 철저히 조사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