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서랍에 방치된 동물 뼈, 남극 최초의 '공룡 화석'이었다

남극 용각류 공룡 상상도. 사진=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남극 용각류 공룡 상상도. 사진=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수십년 동안 박물관 수집품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화석이 남극 대륙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 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BBC·미국 CNN 등에 따르면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해당 척추뼈 화석이 1985년 영국 남극 조사단(BAS)에 의해 처음 발굴됐으나, 당시에는 대형 파충류의 뼈로 오인되어 보관되어 왔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이 화석의 정체를 밝혀낸 이는 영국 남극 조사단의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 컬렉션 관리자인 마크 에반스다. 에반스는 인터뷰에서 “화석의 형태가 특이해 기존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라며 연구 계기를 밝혔다.

40년간 박물관 서랍에 방치됐던 공룡 화석. 사진=런던 자연사 박물관
40년간 박물관 서랍에 방치됐던 공룡 화석. 사진=런던 자연사 박물관

국제 학술지 '악타 고생물학 폴로니카(Acta Palaeontologica Polonica)'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분석 결과 이 화석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체구를 자랑했던 목 긴 초식 공룡인 '티타노사우루스(Titanosaur)'의 척추뼈로 확인됐다.

100종 이상이 확인된 티타노사우루스류의 성체는 보통 무게가 15톤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표본은 살아있었을 당시 몸길이는 37미터, 무게는 63.5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화석은 지름 약 10센티미터 크기로, 몸길이 6~7미터 정도의 어린 개체이거나 소형 성체의 뼈로 추정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의 매튜 C. 라만나 큐레이터는 “이 뼈는 수십 년간 서랍 속에 갇혀 있다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목 긴 용각류가 한때 남극에 살았다는 희귀한 증거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자연사 박물관의 폴 바렛 연구원 역시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남극 탐험 역사상 최초의 공룡 화석이라는 점에서 막중한 의미를 지닌다”라며, “이 공룡이 살았던 약 82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의 남극은 대형 초식 동물이 먹이 활동을 하기에 충분하고 울창한 온대 림으로 덮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과거 대륙 간 공룡의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서맨사 비스턴 런던대(UCL) 박사과정생은 “이 동물이 살던 시기, 현재의 남극은 남반구 전체가 포함된 초대륙 '곤드와나'의 일부였다”며 “이번 발견은 티타노사우루스류의 친척들이 남극을 거쳐 남미와 호주 대륙 사이를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남극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얼음 때문에 화석 기록이 매우 드물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향후 더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