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인공지능(AI) 기반 연구개발(R&D) 혁신을 필두로 인공지능 전환(AX)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도입이 기존 공정 효율화 중심에서 R&D와 임직원 역량 강화, 위험 관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일 삼성SDI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혁신'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배터리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사내 AI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디지털 전환(DX)에 방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AI 활용 범위와 실행 단계가 한층 구체화됐다.
대표적인 분야는 배터리 신소재 개발이다. 배터리 신소재 개발 과정에서는 최적의 유·무기 성분 조합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후보물질을 검토하긴 어렵다. 가능한 조합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 삼성SDI는 개발 시뮬레이션에 AI를 도입해 목표 성능 달성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군을 사전에 선별하고, 이를 통해 실험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연구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배터리 품질에서 중요한 수명 평가도 AI를 활용해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명 평가에 6개월 이상이 걸렸지만, AI 기반 예측 모델을 적용하면서 평가 리드타임을 1~2개월 수준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임직원 대상 AX 전환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AX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AI 전문가 인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능형 공장, 데이터 플랫폼, 시뮬레이션 등에 필요한 역량을 단계별로 검증하고, 현업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약 2500명의 임직원이 데이터 분석 기술 교육에 참여했다. 사내에서는 'AI 크루'를 조직해 임직원이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구현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AI 적용은 업무 효율화뿐만 아니라 위험 관리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는 공장 내부 데이터는 물론 고객사 현장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 데이터까지 AI로 분석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생산 이후 운영 단계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과 안전성을 관리하려는 시도다.
AI 활용 확대는 삼성SDI의 전사적 과제로도 자리 잡고 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우리 회사가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완벽하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