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최정상부에 무단으로 올라가 현수막을 펼치고 청혼을 한 커플이 경찰에 체포됐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적의 익스트림 등반가 안젤라 니콜라우(33)와 이반 베르쿠스(32)가 안전장비 없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올랐다가 무단 침입 등의 혐의로 뉴욕경찰(NYPD)에 붙잡혔다.
이들은 높이 443m에 달하는 빌딩 최상층 안테나 타워까지 올라가 “사랑의 힘이 권력욕을 이길 때 세상은 평화를 알게 된다(when the power of love beats the love of power the world knows peace)”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이어 베르쿠스가 한쪽 무릎을 꿇고 니콜라우에게 반지를 건네며 청혼했고,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눈 뒤 아래로 내려왔다. 이들이 건물 꼭대기에 머문 시간은 최소 10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건물 측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103층의 급수탑 유지보수용 해치를 통해 침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경찰이 공개한 보디캠 영상에는 한 경찰관이 구조물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여기 올라오면 안 된다, 가만히 있으라”고 제지하자, 이들이 “괜찮다”며 러시아어로 대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커플은 경찰관을 향해 “우리 약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CBS 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절도, 공중위험, 재물 손괴, 무단 침입 및 소란 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빌딩 관리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돌발 행동이었으나, 다행히 전망대에 있던 방문객이나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는 합법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청혼을 할 수 있는 곳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들의 무모한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안테나 타워까지 침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명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스카이워커스: 러브 스토리'에서는 두 사람이 건설 노동자로 위장 잠입해 건물에 침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이 출입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목격자 역시 “직원일 거라고 추측했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