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코인 중심 거래에서 벗어나 주식·상장지수펀드(ETF) 추종 파생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수익률 둔화와 거래소 간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자, 기존 코인 투자자에게 익숙한 무기한 선물 구조에 전통 금융자산을 결합해 새 수수료 수익원을 찾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주식과 한국 증시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 무기한 선물 상품은 바이낸스, 비트겟, 바이비트, OKX, 게이트아이오 등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주가를 추종하는 USDT 증거금 무기한 선물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증시 3배 레버리지 ETF 'KORU' 기반 무기한 선물을 출시했다. 비트겟도 KORUUSDT를 포함한 주식 선물 상품군을 같은 달 상장했고, 바이비트와 OKX도 KORU 등 전통 금융자산 기반 상품을 추가했다. 이번 흐름은 특정 거래소의 단발성 상품 출시라기보다 글로벌 거래소들의 전통 금융자산 연계 상품 확대 경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거래소별로 국내 투자자 접근성에는 차이가 있다. 바이낸스에서는 한국인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거래할 수 없게 막아뒀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조차 허용되지 않은 규제 환경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게이트아이오에서는 한국 이용자 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인 'KORU'는 국내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다. 바이낸스에서는 KORUUSDT 선물이 상장 당시 최대 20배 레버리지가 가능했고, 현재는 25배가 가능하다. 일각에서 지적된 50배 레버리지는 일반 거래소 화면이 아닌 웹3 월렛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웹3 월렛은 별도 지갑 생성과 연결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 일반 투자자가 바로 접근하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해외 거래소들은 코인 현물과 선물에 머물지 않고 주식, ETF, 원자재, 지수 등 전통 금융자산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코인시장 침체기에도 투자자의 거래 빈도를 유지하고, 전통 금융 투자 수요까지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바이낸스는 “최근 해외에서는 주식, ETF, 지수 등 전통 금융자산에 대한 블록체인 기반 접근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현상이라기보다 TradFi(전통금융)와 디지털 자산 시장이 연결되는 글로벌 산업 흐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시장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자본시장법상 ETF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아 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전통 금융자산 영역까지 넓혀가고 있지만, 국내는 증권사에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기본적인 ETF 상품조차 출시하지 못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고레버리지 위험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며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전통 금융자산을 상품화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