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인공지능(AI) 전환기를 맞아 생산성 제고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경협은 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AI와 일자리의 공존: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해법을 모색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기업이 여전히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 묶여 있다면 AI 시대 주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는 미세 조정식 기존 제도 보완을 넘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영상 축사를 통해 “한편에서는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직무와 인력층이 고용 불안에 노출되는 이중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AI가 연간 노동 생산성을 최대 0.9%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AI 교육 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인 브루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경제학자는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과 고용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상 AI 교육 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도 교육 훈련 투자를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AI 전환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AI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향후 인구 변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부문과 AI 기술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 사이의 '미스매치(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이 교수는 “AI 노출도는 금융과 법률 등 고임금·고숙련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반면 향후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돌봄, 운송, 음식점 등은 AI를 통한 인력 대체가 어려운 저임금·저숙련 부문”이라며 “AI 확산만으로는 장래 노동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I 확산으로 청년층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초급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어 정부가 기업의 채용·교육 훈련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 '숙련 사다리' 복원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확산이 일자리 양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와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역량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AI 시대 고용 안정을 위한 과제는 '숙련도 향상'과 '재숙련 강화'로 압축된다”며 “정부의 고용서비스 시스템을 활용해 근로자 직무 경험과 역량을 분석하고, 기존 역량과 연관성이 높으면서도 향후 인력 수요가 큰 직종으로의 전환 경로를 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