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팔아라, 반도체 시장 주도주 바뀐다” 모건스탠리가 또…

삼성전자 V9 낸드 플래시 메모리(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V9 낸드 플래시 메모리(사진=삼성전자)
2021년 이어 또 비중 축소 의견…초대형 데이터센터 중심 전환 분석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이어져 온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통과하고, 시장의 중심축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업종의 실적을 견인해왔지만,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경우 반도체 실적 개선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메타가 잉여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한 점을 AI 투자 사이클 변화의 신호로 해석했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은 이어지겠지만 투자 효율성을 중시하는 단계로 진입하면서 반도체보다 A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재와 운송, 바이오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으로도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고점론'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하다. 2021년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예견했고, 이후 실제 업황이 둔화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보고서 역시 AI 반도체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기보다는 투자자금이 반도체에서 AI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업으로 순환하는 과정에 주목한 전략적 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반도체 업종의 실적 추정치 상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조정을 예상하고 있지만, 다른 투자기관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만큼 반도체 업황의 상승 사이클은 아직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JP모건은 최근 반도체 업종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나타나기 전까지 업황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 시장의 핵심 변수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와 메모리 수요 지속 여부를 꼽는다. AI 산업의 성장세 자체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AI 플랫폼과 서비스 기업으로 이동하는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증시는 AI 생태계 내에서 업종 간 주도권 변화가 본격화될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