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특허청, AI 활용 특허심사 본격화…'인간 중심 심사' 원칙 유지

유럽 특허청, AI 활용 특허심사 본격화…'인간 중심 심사' 원칙 유지

유럽 특허청(EPO)이 특허심사 품질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최종 판단은 심사관이 담당하는 '인간 중심(Human-centric)'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AI를 심사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되, 특허 부여 여부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EPO는 최근 열린 제58차 상임자문위원회(SACEPO) 연례 회의에서 '품질 액션플랜 2026(Quality Action Plan 2026)' 추진 현황과 AI를 활용한 특허심사 품질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세계 주요 산업재산권 협회와 유럽·국제 변리사 단체 등 약 60명 이해관계자가 참석해 특허심사 품질 제고와 디지털 전환 전략을 논의했다.

EPO는 특허 부여 절차 전반에 AI 활용을 확대해 심사 효율성과 품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는 심사관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며, 모든 심사 판단과 최종 결정은 심사관이 수행하는 '인간 중심(Human-centric)' 원칙을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AI 활용을 확대하면서도 특허심사 공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품질 액션플랜 2026' 추진 현황도 공유됐다. EPO는 심사관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특허심사 품질 개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허 부여 절차의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낸다. EPO는 2027년 4월까지 'MyEPO' 기능 개선과 DOCX 전자출원 체계 구축을 통해 완전한 종이 없는(Paperless) 특허 부여 절차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 개정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3년 6월 시행된 단일특허(Unitary Patent) 제도 운영 현황도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단일특허가 유럽 내 특허 보호를 위한 주요 제도로 자리 잡고 있으며, 출원인 특허 확보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일특허는 EPO에서 등록이 결정된 특허에 대해 단일효력을 신청하면 모든 비준국에서 동일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EPO는 '특허 및 기술 모니터링 기관(Observatory on Patents and Technology)' 운영 현황도 공유했다. 이 기관은 특허 데이터와 기술 정보를 분석해 혁신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특허정보 분석도구 개발과 연구보고서 발간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EPO가 AI를 특허심사의 핵심 지원기술로 적극 활용하면서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담당하는 'Human-in-the-loop' 방식의 AI 활용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특허심사 품질 확보와 AI 활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은 향후 글로벌 특허청의 AI 도입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무연 기율특허법인 대표변리사는 “EPO를 비롯한 세계 주요 특허청들은 AI를 특허심사에 적극 도입하면서도, 특허성 판단과 최종 결정은 심사관이 담당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AI를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니라 심사 품질과 특허정보 분석 역량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되,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 양성과 제도적 기반을 함께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