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 투매로 장중 9% 넘게 급락하며 7000선을 내줬다. 지난 5월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에 투자심리 위축과 레버리지 상품의 포지션 정리가 맞물리면서 공포와 수급 악화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양상이 나타났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63.91포인트(0.85%) 하락한 7412.0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해 장중 7000선을 밑돌았다.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오전 10시 34분 프로그램매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후에도 매물이 쏟아지자 한국거래소는 오후 1시 28분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08% 하락한 6871.20을 기록한 시점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이자 유가증권시장 개장 이후 역대 13번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1조7261억원, 기관은 2조1965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은 3조88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쏟아진 매물을 받아냈지만 지수 급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관 가운데 투신이 1조6420억원을 순매도하며 가장 큰 매도세를 보였고, 사모펀드도 5024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금융투자는 129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8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731억원, 2121억원을 순매수해 코스피보다 낙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이날 급락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5% 넘게 떨어지며 200만원선을 크게 밑돌았고, 삼성전자도 10% 이상 급락했다.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 하향이 반도체 투자심리를 흔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장기공급계약과 매출 구조 변화를 반영해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9%, 11% 낮췄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주 급락은 실적이나 업황의 훼손보다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불안과 밸류에이션 조정,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에 따른 수급 충격의 영향이 크다”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주요 반도체·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