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CL코리아가 내달부터 주요 가전제품 출고가를 인상한다.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 급등 여파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운 TCL도 출고가 조정을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TCL코리아는 내달 1일부터 TV 전 라인업과 냉장고·세탁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이달 말(7월 31일)까지는 현재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 인상 폭은 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가를 급격히 올릴 경우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소폭 인상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TCL코리아는 제조·운영비 지속 상승으로 제품 판매가를 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TCL코리아 관계자는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긴축하며 오랜 기간 (부담을) 감내해 왔다”며 “가격 인상은 원활한 제품 공급과 지속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출고가 인상 주요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AI 서버용 메모리 생산이 늘어난 반면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 생산량은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 범용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가전에 AI 성능이 적용되면서 TV와 세탁기 등에도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되는 추세다. 이같은 점이 TCL코리아 원가 부담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한 점도 출고가 인상 원인으로 꼽힌다.

TCL코리아가 올해 주요 가전 출고가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까지 메모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원가 상승분을 출고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TCL코리아까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가전 업체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TCL은 가성비를 주요 판매 전략으로 삼고 있는 중국 대표 기업이다. 가격 경쟁력이 최대 무기인 TCL도 판가 인상이 불가피할 정도로 메모리값 상승이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TCL코리아 가격 인상이 국내 가전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소폭 인상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TCL이 보유한 가성비 이점이 약화되면서 브랜드 신뢰도와 사후서비스(AS) 인프라가 탄탄한 국내 대기업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누적된 원가 부담을 안고 있어 TCL코리아 가격 인상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부품 가격 폭등으로 가전 제조사가 수익성 방어를 위해 출고가를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