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년 2개월 만에 금리 인상…'물가 불안·경기 반등'에 긴축 선회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년 2개월간 이어온 동결 기조를 깨고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전환한 것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반도체 수출 호조 등 견조한 경기 회복세가 금리 인상의 발판이 됐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통화 긴축이다. 앞서 금통위는 비상계엄 사태와 건설경기 악화, 미국 관세 충격 등 대내외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집중해왔다.

한은이 긴축으로 방향을 튼 가장 큰 요인은 물가 불안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월 3.1%, 6월 3.2%를 기록하며 연달아 3%대를 나타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6월 3.4%까지 치솟아 한은이 우려하는 유가 상승의 2차 파급 효과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반면 국내 경기는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뚜렷한 반등세를 보인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해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2.6%보다 높은 3.0%로 제시했다. 잠재성장률(1.8% 안팎)을 웃도는 양호한 성장이 지속되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불안정한 주택시장도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7조6000억원 늘어나며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역시 연율 환산 10~15% 수준의 급등세를 보여 통화 긴축을 통한 시장 안정화 요구가 커졌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는 3년 4개월 만에 최소 격차로,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 가치 안정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 행보와도 일치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8월이나 10월 중 추가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