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음식 배달원, 中 최고 문학상 수상 영예… “상 받아도 배달은 계속”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루쉰문학상 수상자 왕지빙. 사진=엑스 캡처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루쉰문학상 수상자 왕지빙. 사진=엑스 캡처

중국에서 수년간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며 소셜 미디어에 시와 에세이를 연재해 온 왕지빙(56)이 중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일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왕지빙은 배달원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충과 애환을 담아낸 시집 '저공비행(低空飞行)'로 지난 15일 중국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루쉰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이름을 딴 '루쉰문학상'은 중국 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지난 2024년 출간한 '저공비행'은 약 200명의 동료 배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왕지빙은 “날개를 펼친다고 해서 꼭 높이 나는 것은 아니다. 낮게 나는 것도 나는 것”이라는 구절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루쉰문학상 수상자 왕지빙. 사진=신화망 캡처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루쉰문학상 수상자 왕지빙. 사진=신화망 캡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십 대 시절 학업을 중단한 왕지빙은 건설 현장 인부, 폐품 수거상, 노점상 등 여러 잡일을 전전하다 2019년부터 음식 배달 일을 시작했다.

고된 생업 전선 속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는 지난 10년간 SNS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특히 2022년에는 고객의 주소 오입력으로 배송이 지연됐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 '서두르는 남자(赶时间的人)'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이듬해 동명의 첫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왕지빙은 지난 15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현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많은 언론의 관심으로 정신적 부담이 컸으나 수상 소식을 듣고 비로소 안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큰 상을 받았음에도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으며, 건강 유지와 소박한 삶을 위해 60세까지는 배달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에서는 왕지빙은 수상 외에도 전직 택배 기사 후안옌의 회고록 '베이징에서 택배를 배달하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거대한 플랫폼 경제 속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삶과 페이소스를 담은 문학 작품들이 잇따라 대중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