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에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졌다. 무엇을 질문하고 답을 얻을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럼에도 '읽기'는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28년째 초등학교 교단에 서 있는 조재범 용인 풍덕초 교사는 최근 학생들의 큰 변화로 “글을 읽는다기보다 훑어본다”는 점을 꼽았다.
영상과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는 데 능숙하지만, 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맥락을 이해하고 핵심을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문을 다 읽기도 전에 문제부터 푸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문해력 부족은 모든 교과에 영향을 미친다. 학습의 기반이 되는 게 문해력이기 때문이다.

조 교사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2024년부터 미래엔 디지털 학습 플랫폼 '초코'를 활용해 학생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 결과 달라진 모습을 확인했다. 긴 지문만 나오면 읽기를 포기하던 학생은 학습만화로 읽기에 흥미를 붙인 뒤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였다. 이후 스스로 관심 있는 과학 지문을 선택해 읽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자 긴 글도 끝까지 읽었고, 사회와 과학에서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무엇보다 “이제 긴 글도 읽을 만해요”라는 학생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디지털 환경을 읽기의 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가장 익숙한 읽기 환경이기 때문이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텍스트 대부분은 화면 위에 존재하고, 디지털 읽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라며 “종이책 읽기가 한 권을 깊이 읽는 '몰입형 읽기'라면, 디지털 읽기는 여러 자료를 탐색하고 비교·선별하는 '탐색형 읽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까지 연결해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 읽기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AI 시대일수록 문해력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AI가 답을 생성해 주더라도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해 글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AI가 제시한 답이 타당한지 판단하려면 여러 정보를 비교하고 논리의 빈틈을 찾아내야 한다.
조 교사는 “AI는 대신 읽어줄 수는 있지만, 대신 이해해 줄 수는 없다”며 “AI가 생성한 내용을 그대로 믿는 아이와 스스로 검증하며 읽는 아이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해력은 AI를 잘 활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디지털 학습이 교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 교사는 AI의 수준 진단과 맞춤형 추천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학생의 실제 삶과 연결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교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에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조 교사는 “디지털 기기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읽은 내용에 대해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니', '왜 그렇게 생각했니'처럼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훑어 읽기가 생각하며 읽기로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