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SF)에서 발표한 'SF AI(인공지능) 선언'은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지형을 흔들 거대한 전환점이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맹주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공급망 핵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엔비디아,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 등 세계 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거둔 9500억 달러(약 1390조원) 규모의 협력 성과가 이를 입증한다.
이번 협력 핵심은 단순한 일회성 투자를 넘어 전략적 연대와 실행에 있다. 삼성과 SK가 글로벌 빅테크들과 체결한 5년간의 첨단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안정적인 초장기 수요 확보를 말해준다.
최근 30여년간 메모리 공급 1·2위를 지키면서도 글로벌 수요량 곡선에 따라 출렁여야했던 신세가 이제는 그 수요기업 맨 앞자리 기업들의 '확약'을 바탕으로 장기 공급자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동력을 꿰찬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국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넘어 글로벌 AI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거점이자 기술 인큐베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 연구원들의 한국 이주와 KAIST 협력,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계획 등은 우리 기술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이끌 촉매제다.
여기에 5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현대차-엔비디아의 '피지컬 AI' 로봇 플랫폼 공동 개발, 웨이모와의 자율주행 파운드리 협력까지 더해지며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AX 플랫폼 국가'로 거듭나게 됐다.
이 같은 대도약의 배경에는 정부가 가동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와 'AI 기본사회'라는 촘촘한 국가 전략이 자리한다. 글로벌 빅테크 리더들 역시 한국의 인프라 투자 타이밍과 제도적 기반을 일구어낸 과감한 속도감에 찬사를 보냈다. 기업들의 파격적 행보에 발맞추어 행정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는 국가적 신뢰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거듭되는 한-미 빅테크 기업들의 높아지는 스킨십과 각 주력 분야 간의 전략적 연대는 세계 기술 선도와 시장 선점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모아질 것이다. 메모리 및 파운드리 제조 능력, 첨단 모빌리티, 독자적 플랫폼,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의 SW·원천기술이 결합한 강력한 삼각편대는 향후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가장 확실한 열쇠다.
대외 선언과 함께 국내에서 또한 약속대로 내실있는 준비와 탄탄한 실행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허브이자 세계 AI 경제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