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부동산 담보 리스크 조기경보 체계로 바꾼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사진= 기업은행 제공]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사진= 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이 부동산 담보 여신 관리 방식을 바꾼다. 감정평가서와 외부 부동산 가격 정보, 은행 내부 여신 정보를 연결해 담보가치 변동과 부실 위험을 더 빨리 파악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역별 가격 차별화가 커지는 가운데 담보 중심 여신 관리가 사후 점검에서 선제 대응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부동산 담보 정보를 은행 여신 관리에 직접 활용하는 데이터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담보 관리는 감정평가서, 외부 시세, 공부자료, 내부 대출 정보가 각각 흩어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담당자가 개별 자료를 확인해 심사와 사후관리에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기업은행은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감정평가서에 담긴 담보물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외부 부동산 정보와 내부 여신 정보를 결합하면 담보물별 가격 변화와 위험 요인을 더 정밀하게 볼 수 있다. 시세를 조회하는 수준이 아니라 담보물의 위치, 용도, 종류, 가격 흐름을 여신 리스크 관리에 반영하는 구조다.

가장 큰 목적은 담보가치 하락 위험을 조기에 잡아내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담보가치가 대출잔액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 비중이 큰 만큼 공장, 상가, 토지 등 비주거용 부동산 담보 관리 중요성이 크다. 거래가 잦은 아파트와 달리 이들 자산은 가격 산정이 까다롭고 지역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역과 물건별 가격 흐름을 분석하면 특정 지역이나 담보 유형에서 위험이 커지는 시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추가 담보 확보, 여신 조건 점검, 사후관리 강화 등 대응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부실이 발생한 뒤 대처하는 방식보다 리스크 관리 효율이 높아진다.

여신 포트폴리오 관리도 정교화한다. 내부 여신 정보와 부동산 가격 정보를 함께 보면 가격 하락 지역에 대출이 얼마나 몰려 있는지, 특정 업종 차주가 어떤 담보 유형에 집중돼 있는지, 회수 가능성이 작아지는 물건이 늘어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변화가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책 변화 대응에도 활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대출은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 임대차 제도, 경매·회수 절차 변화에 민감하다. 관련 정보를 여신 관리와 연결하면 제도 변화가 담보 평가와 사후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담보관리 체계 고도화가 더 확산할 것으로 본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부동산 가격 차별화가 겹치면서 담보 여신의 질을 더 세밀하게 따져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추진 중인 작업은 은행권 여신 관리가 외부 시세 의존에서 자체 데이터 기반 관리로 넘어가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