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막대한 자본지출(CapEx)이 단기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주식을 대거 매도했고, 기업들은 AI 투자가 이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이 장기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7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와 CNBC에 따르면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올해 2분기 자본지출은 57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증가했으며, 연간 투자 규모는 25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로보택시 사업 확대가 핵심 투자 분야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성장 전략보다 비용 증가로 받아들였다. 알파벳은 2분기 자본지출이 449억달러로 시장 예상치(447억달러)를 소폭 웃돌자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7.13% 하락했고, 시가총액 약 2930억달러가 하루 만에 증발했다. 테슬라 역시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14.5%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규모보다 투자 대비 수익이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지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벤 배링거 퀼터 셰비엇 기술 리서치 총괄은 CNBC에 “투자자들은 급증한 자본지출이 수익성을 얼마나 훼손할지 우려하고 있다”며 “제미나이 3.5 프로 출시 지연과 기대를 뛰어넘는 AI 신제품이 부족했던 점도 알파벳의 경쟁력을 둘러싼 의문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업들은 AI 투자가 이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I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컴퓨팅 용량이 부족하다”며 인프라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올해는 대규모 자본지출이 집중되는 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투자들은 놀라운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며 역대 최고 수준의 투자수익률(ROI)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AI 투자 효과는 일부 사업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24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영업이익률도 20.7%에서 35.6%로 개선됐다. 테슬라 역시 핵심 자동차 사업 매출이 205억2000만달러로 23% 증가했다.
반도체 기업 AMD도 AI가 제품 개발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사 수 AMD CEO는 “컴퓨팅 성능이 곧 지능”이라며 “AI를 활용해 더 나은 제품을 더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미바흐 마스터카드 CEO는 AI 기반 금융사기 탐지와 소비자를 대신해 구매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실제 사업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IBM 역시 기업들의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자본지출이 기업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와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앨리슨 포터 재너스 헨더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실적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후파이낸스는 “18개월 전 시작된 AI 투자가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며 “기업들이 투자 효과를 입증할 시간을 확보한다면 2년 뒤 시장의 평가는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