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는 김경진 생명공학부 교수팀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PETase)의 성능을 좌우하는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페트병, 의류, 자동차 내장재 등에 두루 쓰이는 PET를 효소로 분해해 원료 물질로 되돌린 뒤 무한 재활용하는 '바이오촉매 재활용(BR)' 기술은 '효소 성능'이 핵심이다.
효소 성능이 높을수록 같은 양의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데 드는 효소 사용량과 반응 시간, 즉 공정 원가를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효소공학은 플라스틱 사슬을 직접 잘라내는 촉매 부위, 이른바 '가위'에 해당하는 영역을 개량하는 전략에 주로 집중해 왔다.

연구팀은 CaPETase(칼디셀룰로시루프루스 유래 페타제) 분해효소 표면에 존재하는 SEC-loop(작은 고리 구조)가 효소의 PET 접근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돌출된 구조를 줄이자 분해 속도가 최대 2.8배 빨라졌다. 이는 효소가 붙는 양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각도'로 밀착하는 것이 관건임을 입증한 결과로, 쿠부(Kubu-P), LCC 등 대표적인 분해효소 전반에 통하는 공통 원리로 확인됐다.
이어 연구팀은 효소의 입체 구조뿐만 아니라, 표면의 '전하 특성'을 조절해 반응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수한 PET 분해효소들은 대부분 알칼리성(pH 8~9)에서 작동하지만, 분해 과정에서 반응액이 산성화되어 지속적인 염기 용액 투입에 따른 공정 비용과 탄소 배출 부담이 컸다. 효소 표면의 전하 환경을 조정해 알칼리성 조건에서 PET 표면과 발생하던 정전기적 반발력을 제거했으며, 이를 통해 더 넓은 pH 범위에서 높은 활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효소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효소 표면 개량이 바이오촉매 공정의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새로운 전략이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은 김 교수가 대표로 있는 경북대 기술지주 자회사 자이엔을 통해 바이오촉매 재활용 기술의 실증(POC) 연구가 진행돼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김경진 교수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효소 표면의 구조와 전하가 플라스틱 분해 성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촉매 부위에 더해 효소 표면까지 활용하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통해 더 적은 효소로 더 빠르고 저렴하게 플라스틱을 되살리는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산업통상부의 산업기술혁신사업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각각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