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는 올해 가장 큰 인공지능(AI) 정책 가운데 하나다. 국민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국산 생성형 AI를 이용하도록 하고, 나아가 공공 AI 에이전트와 개인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연내 서비스를 시작하고 9월부터 베타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모두의 AI의 성패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참여 기업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민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개선에 참여하느냐가 핵심 변수다. 수많은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고, 오류를 신고하고, 새로운 활용 방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는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생성형 AI인 챗GPT 역시 초기에는 잦은 환각과 계산 오류, 사실 왜곡 등 한계가 있었다. 이후 전 세계 이용자들의 실제 사용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거치며 현재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출시 초기 모두의 AI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이미 국민 눈높이는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세계 최고 서비스에 맞춰져 있다. 수년간 막대한 투자와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글로벌 서비스와 출시 초기의 국가 AI를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이 단순 사용자가 아니라 공동 개발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답변을 신고하고, 개선 의견을 보내는 행동 하나하나가 AI를 발전시키는 데이터가 된다. 정부가 검토 중인 AI 가치 환원이나 토큰 생태계 구상도 결국 이러한 참여가 전제돼야 의미를 갖는다.
데이터 주권과 보안이 중요한 공공·행정 업무나 한국어 특화 업무에서는 해외 모델 대비 우위가 있는 지점도 존재할 수 있다. 정부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초기 사용자에게 실질적 유인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학생은 공부 방법을 묻고, 소상공인은 마케팅 문구를 작성하고, 직장인들은 업무 자료를 준비하는 데 AI를 사용할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질문이 모일수록 AI는 더 다양한 한국어 표현과 업무 방식, 생활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해외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형 AI의 경쟁력이 된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고밀도 AI 테스트베드를 갖춘 나라로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사용 경험과 피드백을 축적할 수 있다. 모두의 AI 역시 이러한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국민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의견을 보태는 과정 자체가 한국형 AI의 경쟁력을 키우는 개발 과정이 될 수 있다.
AI는 교육, 의료, 금융, 행정, 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을 떠받치는 디지털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국가가 일정 수준의 독자적인 기술과 운영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전략 자산이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이 '소버린 AI'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주권은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 뿐만 아니라 국민과 기업, 공공기관이 자국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는 데서 나온다. 독자 모델과 대국민 서비스가 함께 발전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모두의 AI는 정부 주도 프로젝트이지만 국민이 일상에서 쓰고, 질문하고, 비판하고, 함께 고쳐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모두의 AI라는 이름은 그래서 단순한 무료 AI 서비스를 뜻하지 않는다. '모두가 사용하는 AI'를 넘어 '모두가 함께 만드는 AI'가 되어야 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