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경쟁력이 반도체를 넘어 현실 세계 데이터를 생성하는 센서와 이를 지속적으로 구동하는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과 연구진이 실내용 3차원 구형 태양전지 분야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게 됐다.
소프트피브이(SOFTPV, 대표 안현우)는 성균관대와 공동으로 추진한 실내용 3차원 구형 태양전지 효율 측정 평가방법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신규 국제표준 개발 과제로 공식 승인됐다고 밝혔다.
승인된 프로젝트는 'IEC TS 62607-7-1 ED1'로, 실내용 3차원 구형 태양전지 변환효율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위한 국제 시험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5월 진행된 IEC 회원국 투표에서는 참여한 11개 P-멤버 국가가 모두 찬성해 신규 국제표준 개발 과제로 채택됐다.
이번 국제표준은 관련 기술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기술 신뢰성을 높이고 글로벌 산업 생태계 구축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젝트는 IEC TC113(나노기술) 산하 WG9에서 추진되며, 전일 성균관대 교수가 프로젝트 리더를 맡아 한국, 일본, 중국, 독일 등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을 진행한다. 첫 국제 실무회의는 오는 11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제표준 개발은 오랜 논의를 거쳐 성과를 거뒀다. 관련 표준화 논의는 2013년 처음 제안됐지만 이후 중단됐고, 2023년 성균관대와 SOFTPV가 논의를 재개하면서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이후 밀라노, 서울, 런던, 도쿄, 심천 등에서 열린 국제회의를 통해 협의를 이어온 끝에 대한민국 주도 국제표준 개발 과제로 공식 승인됐다.
이번 표준화 추진 배경에는 AI 시대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라는 산업적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AI가 현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물, 공장, 주택, 물류시설 등에서 온도, 습도, 조도, 공기질과 같은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실내 공간은 제한된 센서와 전원 공급, 배터리 유지관리 한계로 촘촘한 센서 설치가 어려워 공간 전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피브이는 독자 기술인 구형 태양전지 'SOFTCELL®'을 기반으로 저조도 환경에서도 다양한 센서를 구동할 수 있는 'Energy Generating Electronics Platform'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별도 전력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실내 공간에서도 자가발전 기반 센서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어 보다 높은 공간 해상도 환경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스마트빌딩,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미래 모빌리티, 피지컬 AI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소프트피브이는 구형 태양전지 핵심 원천기술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EU)에서 삼극특허를 확보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또 핵심 소재와 제조장비 대부분을 국산화해 특정 국가 기술이나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안현우 소프트피브이 대표는 “국제표준은 기술의 종착점이 아니라 산업의 출발점”이라며 “소프트피브이는 태양전지를 만드는 기업을 넘어 에너지와 센서, 데이터, AI를 연결하는 Energy Generating Electronics Platform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 공간이 먼저 데이터로 전환돼야 한다”며 “SOFTCELL®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 인프라와 배터리의 제약을 줄이고 보다 촘촘한 센서 네트워크를 구현해 AI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전일 성균관대 교수는 “국제표준은 특정 기업 기술을 위한 규격이 아니라 세계 산업이 함께 사용할 공통의 기술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내용 3차원 구형 태양전지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의 신뢰성과 글로벌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센서와 이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에너지 기술이 새로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IEC 국제표준 개발은 대한민국이 실내용 3차원 구형 태양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Self-Powered Infrastructure와 Energy Generating Electronics Platform 분야 국제 기술 규범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