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공지능 예산 유감](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17/news-p.v1.20260917.8b862559d6ec46f09d0be266e93f0799_P2.jpg)
지금 인공지능(AI)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AI 속도조절론'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질주하는 기술의 압박 속에서, 미래를 예단하기 어려운 데서 오는 고백에 가깝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걷기에, 정부도 기업도 각자의 위치에서 매 순간 사력을 다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로 이 치열한 과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지점이 있다. AI 예산이다. 우리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AI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쏟아붓는 수십조 원의 자금이 철저한 검증과 디테일 없이 흘러간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으로 국민 혈세를 허투루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거대한 자금의 수혜가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하드웨어 인프라에 치우친 투자의 편중성을 경계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등 주요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 역시 소수의 대기업과 독점적 지위를 가진 몇몇 플레이어들에게 이득이 집중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작 현장의 수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정부의 쏟아지는 자금 속에서 실질적인 낙수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AI 편중 현상으로 인해 기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을 놓친 사례가 보여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SW 예산의 위축이다. 데이터, 클라우드, 패키지 등 SW 관련 신규 사업이 축소되거나 기존 사업 예산마저 줄어들고 있다. 진정한 'AI 3대 강국'을 지향한다면 하드웨어 인프라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운영체계 등 SW 기반의 균형 있는 성장이 필수적이다. SW 홀대 수준을 넘어 AI 경쟁력의 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한 이 같은 행보에 예산 총괄 부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AI 대형 프로젝트가 많지만 이 역시 예산 문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료 서비스에 따른 AI 활용 격차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AI 바우처' 제도의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자 등 실제 유료 AI의 활용이 필요한 현장에 제공하는 AI 바우처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필요한 기술을 도입해 AX(AI 전환)를 도모하고, 공급 기업은 레퍼런스와 매출을 동시에 확보해 생태계 전반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같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정책 조정·설계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AI 예산안의 세부 집행 내역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아무도 앞날을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 그 방향이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의 화려한 거대 인프라 구축을 넘어, 생태계의 거시적인 숲과 실핏줄 같은 중소·스타트업 및 SW 기업이라는 나무를 동시에 조망하는 정교한 시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