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공공 정보기술(IT)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시도새올) 구축비가 예비타당성(예타) 과정 대비 20% 이상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정보화 사업 예산을 일률적으로 깎는 관행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한다. 줄어든 예산에 맞추면 시스템 품질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예산처가 시도새올 사업 구축비를 2857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사업은 17개 광역시·도와 228개 시·군·구가 쓰는 시도행정시스템과 새올행정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면 재구축하고 재해복구(DR) 체계를 갖추는 게 골자다. 기존 시스템은 20여년간 운영되며 노후화했고, 일부 소프트웨어(SW)의 기술지원 종료와 보안 취약성 증가가 문제로 지적됐다.
확정된 구축비는 예타 통과액(3632억원) 대비 775억원, 약 21% 줄어든 규모다. 예타 이후 정보시스템마스터플랜(ISMP) 수립 과정에서 사업비(3826억원)가 소폭 늘었지만, 예산 당국이 이를 다시 들여다보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에서 20%가량 깎인 것이다.
재검토를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부 항목별로 예산을 손봤다. 행안부가 요구했던 응용SW 구축비 1325억원은 1024억원으로 300억원 줄었고, 요구안에 담겼던 예비비 330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사업관리(PMO)비와 감리비도 각각 19억원, 8억원 줄었고 상용SW와 하드웨어(HW) 도입비 역시 비교견적 최저가가 적용돼 낮아졌다.
공공 최대 사업을 기대하던 IT서비스 업계는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IT서비스업체 공공담당 임원은 “이 예산으로는 어느 회사가 들어가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발비뿐 아니라 최근 급등한 인프라 가격도 반영되지 않아 최대 1000억원까지 적자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IT감리업체 대표는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PMO와 감리 중요성이 강조됐음에도 결국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면서 “시스템 안정성, 품질 전반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SW업계도 마찬가지다. SW업체 대표는 “사업 전반 예산이 삭감될 경우 적자를 줄이기 위해 결국 SW 가격 후려치기 혹은 무상 제공 등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SW 제값받기'를 강조해도 모자랄 정부가 오히려 상용SW가격 기준을 최저가로 잡은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IT사업 예산은 무조건 최저가로 산정하고 깎고 보는 관행이 여전하다”라면서 “공공 정보화사업 예산 삭감이 반복되면 저가 수주 경쟁이 고착화하고, 결과적으로 시스템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사업은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 심사 등 절차가 남아있어 제안요청서(RFP)는 연말께 공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 등 상당수가 뛰어들 것으로 점쳐졌으나 사업비 축소로 경쟁 판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